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사업자 조사를 전담하는 조직을 상설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비대면·디지털산업이 급성장하면서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규제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이유에서다. 조 위원장은 또 공정위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삼성, SK 등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의혹 조사에 대해 “이른 시일 내에 제재 여부 등을 결론 내겠다”고 말했다.
“구글 등 플랫폼 불공정거래 엄정 대응”
조 위원장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플랫폼 기업 규제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에서 입점업체와 플랫폼사업자 간 불공정거래를 방지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담 상설 조직을 마련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며 “이달 중 플랫폼공정화법도 입법예고하겠다”고 했다.공정위는 조 위원장 취임 이후 비상설 조직인 ‘정보통신기술(ICT) 특별전담팀’을 구성하고 ICT 기업에 대한 감시와 조사를 강화해 왔다. 지난 6일 네이버가 부동산 정보업체와 계약을 맺고 카카오에 대한 정보 제공을 막은 것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10억3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게 대표적이다.
조 위원장은 다만 “공정위 마음대로 조직을 만들 수는 없다”며 “정부 내에서 디지털 공정경제에 대한 공정위 기여가 인정받으면 인원과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당장은 행정안전부 등에 조직 확대를 건의하기보다 현재 구성돼 있는 ICT전담팀을 통해 조사를 벌여 기업 제재 성과를 내는 데 주력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가 조만간 구글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해 제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공정위는 구글이 자사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와 경쟁하는 다른 업체들의 OS를 견제하고 앱을 자사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만 출시하도록 강요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공정위가 심사 중인 우아한형제들과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인수합병(M&A) 심사는 연내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조사 속도 낼 것”
공정위가 2년 넘게 조사 중인 삼성 SK 등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서는 “조사에 속도를 내 조속히 제재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장기화로 기업 부담이 가중된다는 지적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문재인 정부 들어 공정위는 기업집단국 조직을 구성하고 대기업들의 사익 편취 행위를 집중 조사해 왔다. 삼성웰스토리, SK실트론 등 몇몇 기업에 대해서는 2018년 현장 조사에 착수했지만 아직 심의조차 진행하지 않고 있다.
조 위원장은 또 일감몰아주기를 제재하는 한편 ‘일감 나누기’를 장려하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가 아닌 회사와 일감을 나누면 직권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 위원장은 “연내 물류업계의 일감 나누기 문화 정착을 위한 연성규범을 마련하겠다”며 “일감 나누기 문화가 정착되면 대기업집단의 기업 가치도 오르고 경제 전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일부 기업에 ‘솜방망이 처분’을 내렸다는 지적에는 “공정위 사무처가 조사해 온 증거를 법리에 따라 엄정하게 검토했을 뿐”이라며 부인했다. 그는 “공정위가 가진 심판 기능과 조사 기능이 독립적이고 중립적으로 잘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공정위는 최근 굵직한 기업 사건들에 유화적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 5월 검찰에 고발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래에셋그룹에 과징금 부과 처분만 내린 게 대표적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