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윤영찬 의원이 보좌관에게 보낸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라는 문자 메시지는 짧지만 섬뜩한 기운이 가득하다. 야당 대표 연설이 ‘너무 보기 좋게 떴다’며 실시간으로 기업인을 호출하는 고압적 태도는 보도지침이 떨어지던 30여 년 전 군사정권 시절을 연상시킨다.
‘친문 실세’들의 갑질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제4부’로 불리는 언론까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통제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두 번 불러본 솜씨가 아니다’는 야당의 평가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네이버 부사장 시절 국회에 출석해 ‘기사 배열심의는 언론 자유 위축’이라는 소신 발언까지 했던 윤 의원의 이중성에 수많은 이가 혀를 내두른다.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홍보수석이 세월호 기사와 관련해 공영방송 KBS에 전화로 항의한 것을 ‘보도 개입’이라며 유죄판결을 내린 게 올초였다. 이번 사건은 그보다 더 악성이다. 신문 1면 톱이나 방송 헤드라인 뉴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내리라고 지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인터넷 포털이 여론 영향력 면에서 신문 방송 등 ‘전통 매체’를 압도할 정도라는 점에서 언론자유에 대한 묵과할 수 없는 위협이다.
사건이 불거진 후 여당이 거짓 해명과 본질 흐리기에 치중하는 점도 걱정스럽다. 윤 의원은 ‘야당 기사만 크게 표출한 점을 항의하는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며칠 전 여당 대표 연설도 포털 메인에 걸렸다는 점에서 궁색한 변명이다. 언론인 출신이자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대표는 ‘오해를 살 수 있고, 국민에게 걱정을 드리는 언동을 자제하라’고 의원들에게 주문했다. 이는 언론 통제라는 문제의 본질은 덮어두고 마치 국민이 오해하고 있다는 식의 물타기에 불과하다.
한국 사회가 전체주의 또는 연성 독재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 오래다. 반대자를 적폐로 모는 일이 3년 넘게 반복되고 있어서다. ‘감옥에 안 잡혀가고 고문도 없는데 무슨 독재타령이냐’는 게 여권의 반박이다. 하지만 언론과 공권력을 교묘하게 동원한 ‘연성 독재’가 21세기 민주주의의 최대 적(敵)이라는 지적을 흘려들어선 안 된다. 윤 의원은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뒤늦게 사과했다. 중요한 것은 반성이 아니라 언론장악 실태를 조사하고 엄중한 징계와 함께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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