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26만여 명 늘어나면서 3개월째 가입자 증가폭이 확대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용대란이 지난 5월 저점을 찍고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늘어난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은 공공일자리가 대다수인 공공행정 분야여서 ‘세금 일자리로 만든 착시’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고용행정통계로 본 8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는 1401만9000명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26만2000명(1.9%) 늘었다.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1분기 영향으로 지난 4월 증가폭이 16만3000명, 5월 15만5000명까지 떨어졌다가 점차 회복되는 모양새다.
가입자 증가폭은 확대됐지만 전체 고용시장 사정이 나아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가입자 증가는 대부분 서비스업에 치중돼 있고,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서비스업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달 31만4000명이 늘었다. 전체 가입자 증가폭을 뛰어넘는 수치다. 반면 제조업 가입자 수는 6만3000명 줄어 역대 최대 감소폭을 보였던 지난 7월(-6만5000명)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더 심각하다. 60대 이상에서만 20만8000명이 늘었다. 전체 증가폭의 79%다. 50대에서도 11만6000명이 늘어 5060세대에서만 32만4000명이 증가했다. 반면 29세 이하 청년 가입자는 5만9000명이 감소했다. 30대에서도 5만2000명이 줄었다. 취업시장이 얼어붙으면서 2030세대의 고용시장 진입이 어려워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를 주도한 것은 서비스업, 그중에서도 공공일자리가 많은 공공행정업이었다. 공공행정 일자리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해 1분기 정부 일자리사업이 중단되면서 4월 2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사업이 재개되면서 5월 4만3000명, 6월 5만1000명, 7월 4만3000명에서 지난달 13만3000명 증가했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규모의 절반을 웃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대란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세금일자리로 만든 ‘통계 착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행정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다양한 일자리 사업의 영향”이라며 “도소매와 숙박·음식업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업에선 고용 한파가 지속되고 있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지난 4월 -4만 명, 5월 -5만4000명, 6월 -5만9000명, 7월 -6만5000명이었으며 지난달에도 -6만3000명을 기록했다. 일자리 충격은 주력산업인 전자통신 제조업에서 -1만2800명, 자동차 제조업에서 -1만700명으로 가장 컸다. 기계장비 제조업에서도 6100명 줄었다.
고용보험기금으로 실직자에게 지급하는 실업급여(구직급여) 수급자와 지급액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974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던 7월(1조1885억원) 수준에 육박했다. 실업급여 수급자도 70만5000명으로 6월 71만1000명, 7월 73만1000명에 이어 70만 명대를 웃돌았다.
올 들어 지급된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달까지 7조88194억원에 달한다.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확보해놓은 올해 실업급여 예산은 12조9000억원 규모다. 앞으로 남은 4개월간 지금과 같은 수준의 실업급여가 지급된다면 예산 범위 내에서 운용이 가능하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