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대 인문계열을 졸업한 고모씨(24)는 작년 말부터 40~50곳에 입사 지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최근엔 입사 지원서를 낼 기회마저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채용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고씨는 “인턴 자리까지 ‘금(金)턴’으로 불릴 정도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씨처럼 코로나19 확산기에 진학과 취업 등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가 많다. 20여 년 전 외환위기 때 ‘IMF 세대’라는 용어가 생겨난 것처럼 요즘은 ‘코로나 세대’라는 자조적인 말이 나돈다. 특히 취업준비생들은 △취업 기회 △스펙 쌓기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사라졌거나 힘들어졌다며 스스로를 ‘3무(無) 세대’라고 부른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5)는 “올해는 낙방할 기회조차 없다”며 “토익과 각종 자격증 시험이 연기되고, 인턴 채용까지 줄어 스펙 쌓기도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는 “인적 교류가 끊겨 관련 업종 지망생끼리 모여 노하우를 공유하는 스터디도 흐지부지됐다”며 “‘외딴 섬’에 갇혀 취업 준비를 하는 것 같아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6일 매출 500대 기업(120곳 응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반기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답한 곳은 네 곳 중 한 곳(25.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았다’(50.0%)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24.2%)이라고 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2~3분기에 5인 이상 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은 23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세대의 취업난은 코로나19 이전의 ‘취업절벽’보다 더 심각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채용마케팅전문기업 엔에이치알커뮤니케이션즈의 김종원 대표는 “코로나 세대의 피해는 IMF 세대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위기였지만 코로나19 사태는 감염병과 경제의 복합 위기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취업준비생들은 다른 세대에 비해 입사가 1년 늦고, 10년 동안 받은 임금은 연평균 4~8% 적었다. 이후 경제가 회복됐지만 경력 상실로 인해 임금 손실을 만회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임민욱 사람인 플랫폼사업본부 팀장은 “지속적인 경기 침체에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더해지면서 내년도 채용 시장 전망도 밝지 않다”며 “코로나 세대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이런 상황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은/최예린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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