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이 2일 아시아나항공 인수 문제와 관련해 산업은행에 여전히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산은은 HDC그룹의 인수 의지가 강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으로 ‘이별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 및 채권단에 따르면 산은은 이날 HDC현산에서 이메일을 받은 뒤 ‘플랜B’를 가동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체제로 전환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남은 것은 HDC현산에 계약 해제 통보를 언제 하느냐 정도의 절차뿐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26일 정몽규 HDC그룹 회장을 만나 28일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을 명확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지난달 28일까지 특별한 답은 오지 않았고, 산은은 더 기다려 보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2일 도착한 ‘답장’에는 기대했던 내용이 들어 있지 않았다. 재실사 필요성 등 종전과 크게 입장이 달라지지 않은 내용이 담겨 있을 뿐이었다. 형식도 법적 효력을 담은 내용증명이 아니라 이메일로 보내왔다.
정부와 채권단은 HDC현산이 보내는 답장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시간을 끌지 않고 곧바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하기로 내부 방침을 세워놓은 상태였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이 시간을 끌면 해당 기간 동안의 결손을 모두 채권단이 부담해야 하고, 회사도 망가진다”고 지적했다.
앞서 채권단은 HDC현산에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를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고 유상증자도 채권단과 1조5000억원씩 분담하자는 등의 제안을 준비하기도 했다.
채권단이 HDC현산에 며칠 더 말미를 줄 가능성도 남아 있지만, 큰 추는 기울었다. 다른 채권단 관계자는 “HDC현산이 적극적으로 인수 조건을 밝혔다면 채권단도 최대한 맞춰주려 했지만, 모호한 답변이 반복되는 것을 확인한 이상 시간을 더 주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양측은 그동안 계약 해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놓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HDC현산은 가능한 한 인수하겠다고 해왔지만, 인수 무산 시 책임은 금호산업과 산은 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은 HDC현산에 전적인 책임이 있으며 계약금도 돌려줄 필요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채권단은 계약 해제 통보 및 기간산업안정기금 지원 등이 완료되면 가능한 한 빨리 재매각을 시도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매각대금을 받아 회사 운영자금으로 삼으려던 계획이 틀어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다른 자산 매각을 시도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이상은/강경민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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