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일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다. 서울 마포 망원시장을 방문해 중소기업업계와 망원시장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악화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민심을 달래기 위해 반(反)기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 망원시장서 민생 챙기기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당대표로 당선된 후 첫 민생현장 방문으로 망원시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유통산업발전법을 이번에 빨리 처리하겠다”며 “국회 상임위원회가 가동될 것이고 민생과 관련된 것을 우선 처리한다는 원칙에 여야 간 견해차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나 쇼핑몰이 들어왔을 때 어떻게 상생할 것인가에 관련된 조항들이 (법에) 들어 있다”며 “쇼핑몰에 대해서도 의무휴일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인데 서둘러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그는 카드 수수료 인하 후속 조치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카드 수수료 인하까지는 좋았는데, 꼼수가 나온다는 걸 듣고 실망했다”며 “편법이 나오기 시작하면 모처럼 수수료를 인하한 조치의 의미가 반감될 테니 금융위원회와 상의해 보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후 반기업 행보 이어가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취임 이후 유통산업발전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의 처리를 약속하는 등 반기업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악화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이 대표가 처리를 약속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복합쇼핑몰에 대한 의무휴업일 지정 등을 핵심으로 하는 법안으로, 민주당이 지난 20대 국회 때부터 처리를 추진해왔다. 21대 국회에서는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복합쇼핑몰 의무휴업일 지정과 산업진흥구역 신설, 상권영향평가서 대상 업종 확대 등의 내용을 담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중 유통산업발전법을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날 업계의 반발이 컸던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도 재차 꺼내 들었다. 2018년 민주당과 정부는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매출 5억~30억원 이내 차상위 자영업자·소상공인에게 1.5~1.6% 수준의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날인 1일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만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처리를 약속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심 대표의 법 처리 요청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저희 민주당의 최우선 입법”이라며 “안전사회로 가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에 대한 사업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업주 및 경영 책임자 등이 유해·위험 방지 의무를 위반해 노동자가 사망하면 3년 이상 유기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업계 “규제보다 지원책 절실”
유통업계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규제 법안을 추진한다니 당황스럽다”며 “경영난에 처한 유통업계에 규제보다는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안이 복합쇼핑몰 규제뿐 아니라 대·중소기업의 상생 관련 개선 방안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는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좋은 방향으로 결론을 도출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