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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적 '댓글 폭탄'에 입법예고시스템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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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심사 전 국민에게 주요 내용을 알리고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국회 입법예고시스템이 일부 단체의 ‘좌표 찍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이익·직능단체 회원이 조직적인 ‘폭탄 댓글’을 쏟아내면서 입법예고시스템이 당초 의도했던 기능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입법예고시스템에 따르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대표 발의한 영유아보육법은 1598건의 의견이,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이 6월 내놓은 영유아보육법은 1234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대부분 반대 의견으로 보육 관련 단체들이 조직적으로 나선 영향이다. 해당 법안들은 어린이집 불법 행위 적발 시 과징금 상한을 올리고 어린이집 실태 조사를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통상 발의된 법안에 의견 접수 건수가 수십여 건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의견 접수 건수가 폭발적이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수십여 건이 올라온 ‘좌표 찍기’ 게시 글엔 법안 내용의 과장된 설명과 함께 입법예고시스템에 대한 허위 정보가 기재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 의견이 10만 건을 넘으면 법안이 폐기되고, 아니면 자동으로 통과된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시·도교육청 소관인 초등 돌봄교실을 지방자치단체장이 운영하도록 하는 온종일 돌봄 특별법(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발의)에도 1만4248건의 의견이 접수됐다. 이 법안은 교사가 속한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찬성하고, 돌봄전담사들이 속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반대하는 법안이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학교보건법 개정안 역시 공무원노동조합에서 반대 의견을 내면서 1만4863건의 댓글이 달렸다. 성범죄 의료인의 자격 제한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강선우 민주당 의원 발의)은 의료인 단체의 반대에, 스마트 건설기술 활용특벌법(이원욱 민주당 의원 발의)은 전기업계 관련 단체 반대에 수백~수천 건의 의견이 쏟아졌다.

국회 입법예고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 전문위원은 제출된 의견 중 중요한 사항을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좌표 찍기로 접수된 수천~수십만 개의 의견 중 생산적인 의견을 발굴해 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국회 관계자들의 토로다. 국회 의원실 관계자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특정 단체 회원들이 의견란을 점령하면서 읽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도입된 입법예고시스템이 오히려 입법 활동을 위축시키고 사회 갈등만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20대 국회 때는 서울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이후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증오범죄통계법안’을 발의했지만 종교단체 주도로 11만6000여 건의 반대 댓글이 달린 뒤 열흘 만에 철회됐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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