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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현이의 긍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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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주 기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다’라는 티베트 속담처럼 인생은 부정보다 긍정이 실로 영양가 있다. 온전한 긍정을 취해 지금의 긍지를 이끌어낸 모델 이현이 역시 그만의 소신으로 무너짐 없는 단단한 삶을 지탱하고 있었다. 인터뷰 곳곳에도 그의 기운이 담겨있다.

그는 세계적인 패션 하우스의 런웨이부터 각종 방송, 광고, 라디오까지 두루 섭렵하며 말 그대로 열일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의 그칠 줄 모르는 열정이 최근에는 연기로 옮아 붙으며 JTBC 시트콤 ‘놓지마 정신줄’을 통해 유쾌한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다.

지금까지 현역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그답게 세 가지 콘셉트 모두 자신의 것으로 흡수시키며 프로패셔널한 애티튜드를 선보였다. 컬러풀 수트와 화이트 드레스로 독보적인 실루엣을 자랑하는가 하면 올 블랙의 카리스마로 카메라를 압도하는 강렬한 무드를 펼쳐 보였다.

Q. bnt와 오랜만에 만났다. 오늘 화보 촬영은 어땠나?

“화보 자체가 오랜만인데 항상 방송용 메이크업만 하다가 이렇게 진한 화장을 하니까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옛 기억이 떠올라서 좋았다”

Q. JTBC 시트콤 ‘놓지마 정신줄’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다. 첫 연기 시도에 부담감은 없었나?

“기회가 왔지만 막상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부담감이 엄청났다.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에 기존에 잘하고 계신 배우님들께 누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서 대본 리딩 전까지 다시 못한다고 말할까도 싶었다(웃음)”

Q. 연기 공부를 위해 도움을 요청한 지인이 있다면?

“회사 대표님 지인분께서 연극배우이신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요청 드렸다. 하지만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발음과 발성 같은 기술보다 계속 상황을 설정하고 자신을 대입해보며 스스로 깨달아가는 게 더 중요하더라. 연기라는 게 가르쳐주신 대로 베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석대로 한다고 늘 좋은 평가를 받지도 않으니까”

Q. 전수받은 내용이 실제 촬영에 얼마큼 도움이 되었나?

“아마추어 같지 않으면서도 연기에 몰입할 수 있는 도움을 받았다. 극 중 파워풀하고 무뚝뚝한 엄마 역이라서 대사가 많이 없는 편이다. 그래서 한 마디, 한 마디에 임팩트가 있어야 하니 더 어렵게 느껴졌다. 또 대본을 보고하면 감정이입이 잘 되지 않아 고민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실제 육아와 살림을 언급하며 상황극을 해주신 덕분에 금세 몰입할 수 있었다”

Q. 세 번에 걸쳐 캐스팅되었다고 들었다. 작품 오디션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처음엔 원작과 꼭 닮은 이미지 때문에 작품 제안이 들어왔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내가 가장 잘 어울리니까 당연히 캐스팅되지 않을까 싶었다(웃음). 첫 미팅 전 속성으로 발음과 발성 연기를 벼락치기로 공부하고 갔는데 정말 몹쓸 연기를 선보이는 바람에 감독님께서 힘을 빼고 평소처럼 하라고 하셨다. 그 후 선생님께 조언을 구하고 두 번째 만남에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고 하셨지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보자고 하시더라. 마지막 미팅이 대본 리딩 전날인데 최종적으로 내가 안 되면 이미 후보 배우가 있는 거 아닐까 싶어 마음을 비우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연기했다. 그런데 그날까지도 답을 안 주셔서 발을 동동 구르다가 먼저 연락드렸고 그렇게 다음날 대본 리딩에 참석하게 되었다(웃음)”

Q. 극 중 집안의 실세이자 절대 권력의 엄마 역을 맡았다. 실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다면?

“실제로도 화가 많다(웃음). 엄마가 집안의 권력자가 되지 않으면 그 가정은 유지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가정의 방향을 위해 아이들에게도 무서운 존재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고 남편에게도 의견을 곧잘 피력하는 편이다”

Q. 가족 시트콤이다 보니 네 분의 사이가 유독 좋을 것 같다. 남편 역의 정상훈, 아들 역의 이진혁, 딸 역의 이수민 중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배우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남편 역의 정상훈 선배님이랑 호흡이 잘 맞고 많이 도와주신다. 풀 샷, 바스트 샷, 클로즈업 샷 같이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히 알려주시고 통화하는 장면처럼 따로 연기할 때도 수월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다”

Q. 촬영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극 중 남편을 때리는 장면이 많은데 동선 리허설 때 계속 때리니까 당시에는 말씀 안 하시다가 나중에 딸한테 꿀밤 때리는 장면에서 실제로 때리려고 하자 리허설 때는 진짜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엄마가 연기가 처음이라서 힘 조절이 안 되니까 이해해달라며 아이들에게 대신 얘기해주셔서 고맙고 미안했다(웃음)”

“연기 신인인 내게 ‘부부의 시계(5회)’ 편은 엄청난 분량이었다. 그전까지 짤막한 장면이 많았는데 5회에서는 남편의 외도를 발견하고 감정이 격해지는 걸 표현해야 했다. 감독님께서 파 싸대기 장면은 따로 찍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직 촬영 세팅이 다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남편(정상훈)에게 파를 내리쳤다(웃음). 그런데 도중에 멈출 수가 없어 계속 진행되었고 나와 선배님 빼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빵 터졌다. 선배님은 끊고 간다는 상황을 알면서도 호흡을 다 받아서 끝까지 진행해줘서 멋있고 감사했다”

Q. 이번 기회를 통해 연기자로서 성장하게 된 부분이 있다면?

“이제 갓 태어난 신생아와 같다(웃음). 성장한 것보다 아쉬운 점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무음 처리하고 싶을 만큼 내레이션이 가장 아쉽다. 상대를 보며 대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아무도 없는 녹음실에서 대본을 읽는 건 어렵더라. 또 어떻게 극에 녹아들지 감이 잡히지 않아 평소 예능이나 광고 촬영하듯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역시나 내레이션이 장면과 잘 어울리지 않더라. 도대체 왜 감독님께서 오케이하신 건지 모르겠다(웃음)”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나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시켜만 주신다면 뭐든(웃음). 이제 막 시작한 나에게는 어떤 장르도 캐릭터도 모두 새롭고 매력적이라서 가리지 않고 해보고 싶다”


Q. 모델로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현역이다. 이를 가능케 한 본인의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먹는 양에 비해 살이 잘 안 찌는 체질이어서 감사하다. 물론 아이를 낳고서는 싱글 때의 몸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식이요법이나 다이어트를 열성적으로 하진 않는다”

Q. 그렇다면 주로 어떤 운동으로 관리하고 있나?

“둘째를 출산하고부터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아파서 PT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다 보니 몸도 확실히 덜 아프고 체형도 예쁘게 변해서 요즘도 열심히 하고 있다”

Q. 피부가 정말 곱다. 스킨케어 브랜드 뮤즈로 발탁될 만큼 뷰티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이현이 만의 뷰티 노하우를 전수해달라.

“오랜 모델 경험을 바탕으로 내 피부를 잘 알게 되었는데 데뷔 초기에는 예민한 피부 때문에 한 달간 촬영을 펑크 낼 정도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그렇게 알게 된 뷰티 팁이라고 한다면 유해 성분으로 분류되었지만 내 피부에 이상이 없으면 써도 무방하고 반대로 유효 성분이 부작용을 일으킬 경우에는 안 쓰면 된다는 것이다. 또 고가와 저가, 천연과 인공 등 가리지 않고 내 피부에 최적화된 화장품을 찾을 수 있었는데 그런 이유에서 광고나 브랜드만 보고 화장품을 구매하지 않았으면 한다. 내 주변에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고 적응하는 과정이라며 간지러움을 참는 이들이 많다. 본인 피부를 괴롭히는 제품을 쓰기보다 피부가 편안해지는 화장품을 연구하고 체험하는 게 중요하다”

Q. 유튜브 ‘이현이의 현이로그’ 채널을 운영 중이다. 어떤 채널인지 소개해달라.

“유튜브를 하게 된 계기는 2년 전부터 ‘홍빠빠 TV’를 하고 있던 남편의 권유 때문이다. 처음에는 유튜브가 거창하게 느껴져 고민이었는데 남편이 하는 걸 보니 아빠가 저희를 찍어주는 홈 비디오같이 하더라. 그렇게 1년 치를 모아 놓고 보니 좋은 추억이 되는 것 같아 시작하게 되었다. 특별한 사건을 담기보다는 내 하루를 일기장처럼 기록해보자 싶어 ‘이현이의 브이로그’를 줄여 ‘현이로그’가 탄생했고 직접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까지 하고 있다(웃음)”

Q. 둘이 함께 가족 채널로 높은 퀄리티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은데 따로 운영하는 이유가 있을까? 합방 계획은 없나?

“남편은 가족 일상을 많이 찍는 편이고 나는 개인적인 일상을 담는 편이다. 채널의 톤 앤 매너가 달라서 합방할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몰아주기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웃음)”

Q.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구독자 애칭을 만드는데 생각해둔 애칭이 있을까?

“영상을 찍으면서도 카메라에 말하는 게 부끄러워서 모르는 척 촬영하는데 애칭이 생기면 ‘△△들 안녕’이라고 말할 생각에 너무 부끄럽다(웃음). 그래도 구독자가 더 많아지고 추천해주신다면 해볼 의향은 있다”

Q. 향후 기획 예정된 콘텐츠를 살짝 귀띔하자면?

“대단한 프로젝트는 없다.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못 하니까 애 둘과 꼼짝없이 집에만 있어 하루가 굉장히 길다(웃음). 특별할 건 없지만 당분간은 집콕 일상을 주로 올릴 것 같다”


Q. SNS만 봐도 육아와 살림의 고수라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데 워킹맘으로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데 스트레스는 없나?

“SNS는 SNS일 뿐인 게 실제로는 잘 못하는데 거기는 육아도 살림도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다(웃음). 요즘처럼 온종일 애들이 집에 있으면 세 끼니부터 간식까지 고민인데 하루 이틀이 아니라 누적되다 보니 스스로 엄마로서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Q. 그렇다면 해소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

“우울하고 힘들 때가 많지만 잠을 자며 푼다. 보통 고민이 많으면 잠이 잘 안 오지만 나는 베개에 머리만 대면 5초 만에 바로 잠이 든다. 또 아이들이 어려서 늦어도 10시 전에 자는데 재우면서 같이 10시간씩 자고 나면 뭐가 스트레스였는지 기억이 잘 안 나더라”

Q. 가드닝, 골프, 요리 등 취미가 많은 것 같다. 요즘 코로나19가 다시 심각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격상되었다. 독자들에게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한 가지 권해준다면?

“SNS만 봐도 집에서 잘들 하고 계시더라(웃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요리는 내게 아직 무리지만 ‘라면으로 할 수 있는 몇 가지 요리’ 같이 기존 요리를 변형하기는 쉽고 재미있더라. 사실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 걱정했던 부분도 이미 누군가가 했던 콘텐츠가 많아서였는데 막상 해보니 똑같은 콘텐츠라도 누가 찍고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다르더라. 그렇기 때문에 SNS를 보고 그칠 게 아니라 집에서 나만의 방법으로 직접 해보는 게 생각보다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고 영상이나 사진으로 남겨두면 오래 볼 수 있는 기록도 되지 않을까”

Q. 도회적인 인상 때문에 이렇게 성격이 좋고 유쾌한 줄 몰랐다. 이런 오해도 종종 받는지

“가만히 있는데 쌀쌀맞고 못되었다는 소리를 학창 시절부터 들어서 당시엔 너무 싫었는데 나이가 드니 오히려 차가운 인상 때문에 남들이 함부로 못 대하는 게 있어 싫지만은 않다(웃음)”

Q. 데뷔 15년 차, 많은 것을 성취했겠지만 아직 도전해보고 싶은 게 남았을까?

“못 해본 게 많아서 한 해 한 해가 너무 아쉽다. 살면서 나는 취향이 없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름대로 철학이 있더라. 그렇게 취향과 철학이 비슷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 살림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부족해서 더 지난 후에 실행해보고 싶다”

Q. 그렇다면 일을 하며 후회되는 순간이 있는지

“신인 때는 하루에 화보 3개, 쇼 6개씩 하느라 일을 쳐내기 급급했는데 열심히 못한 게 후회되더라. 매달 스무 권이 넘는 잡지에 내가 나와도 대충한 것은 잘 보지 않게 되는 반면 최선을 다한 화보는 다시 찾아보고 스크랩하게 되어서 앞으로는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게끔 일해야겠다고 느꼈다. 지금은 스케줄 하나에도 굉장히 집중하고 똑같은 일도 더 열심히 제대로 임하려고 한다”

Q. 모델 이현이의 최종 목표가 궁금하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나?

“‘우리 할머니가 이런 화보를 찍었고 이렇게 멋있는 모델이었다’라며 대대손손 자랑스럽게 구전될 만한 포트폴리오를 남기고 싶고 대중들에게는 ‘저 여자는 늙어도 멋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웃음)”

Q. 이현이의 인생관

“좌우명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되새기며 사는 말이 ‘그럴 수도 있지’이다. 어릴 때는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하며 화가 많았는데 아이를 낳고 많이 바뀐 거 같다. 웬만한 일에는 화도 잘 안 나고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도 그러려니 하니 쉽게 지나가 버리더라. 그래서 더욱 나 자신을 피곤하게 하거나 소모시키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에디터: 이진주
포토그래퍼: 권해근
영상 촬영, 편집: 어반비앤티(urban-bnt)
의상: 해프닝(happening), 리유니(LEUNI), Maison Margiela by YOOX, & Other Stories
슈즈: 레이첼콕스, 꼼시아(COMME SE-A)
주얼리: 바이가미
헤어: 코코미카 우천용 원장
메이크업: 코코미카 미카 원장
장소: 스튜디오 플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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