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전·현직 장관 35명이 재직 당시 신고한 부동산 재산은 2018년과 비교해 2020년 7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고 기준 장관 18명 중 7명은 다주택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부동산 투기 근절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 부족, 안이한 인사 추천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온라인으로 진행한 ‘문재인 정부 전·현직 장관 보유 부동산 분석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분석대상은 문재인 정부 3년간 대통령이 임명한 전·현직 장관 총 35명의 부동산 재산이다. 올해 임명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신고한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올해 신고 기준 현직 장관 18명 중 9명이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채를 보유하고 있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주택자로 조사됐다. 이 중 최 장관, 이 장관, 강 장관, 홍 부총리 등 일부는 주택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3월 기준으로 18명 장관 중 가장 많은 부동산 재산을 보유한 장관은 최기영 과기부 장관으로 73억3000만원이었다. 진영 행안부 장관이 42억7,200만원,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32억9600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18명 장관 중 15명이 부동산 재산만 10억원 넘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현직 장관 35명이 보유한 1인당 평균 부동산 재산은 2018년 10억9000만원에서 2020년 19억2000만원으로 77.1% 증가했다. 전체 재산 중 부동산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8년에는 60.6%였지만 2020년에는 74.1%로 늘었다.
경실련은 “청와대가 다주택자 제로를 달성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번 조사 결과 여전히 공직자 중 부동산 부자나 다주택자가 많이 포함되어 있다”며 “정부의 부동산 투기 근절 및 공직자 청렴 강화에 대한 의지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부동산 관련 엄격한 인사기준 마련, 공직자의 시세 기준 부동산재산 공개 및 고지거부 폐지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