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탈락자도 요직에
1일 정치권에 따르면 4·15 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주요 공공기관장에 임명되거나 내정됐다. 총선에서 경기 이천에 출마해 송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패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은 지난달 31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임명됐다.사생활 논란이 불거지자 총선에 불출마한 이훈 전 민주당 의원은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충북 증평·진천·음성 지역위원장을 지냈지만, 전략공천된 임호선 의원에게 밀린 임해종 전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에 거론되고 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경기 용인갑 경선에서 탈락한 뒤 킨텍스 사장으로 직행했다.
지난 6월에는 전현희 전 의원이 총선 패배 뒤 두 달 만에 장관급인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됐다. 전 전 의원은 서울 강남을에서 3선을 노렸으나 박진 통합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청와대 주요 자리는 ‘험지’에 출마했지만 낙선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전날 정무비서관에 임명된 배재정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 사상에서 고배를 마셨다. 앞서 서울 송파을에서 배현진 통합당 의원에게 패한 최재성 전 의원은 정무수석을 맡았다.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은 박성중 통합당 의원에게 져 재선에 실패했다. 부산 중·영도에서 황보승혜 통합당 의원에게 패한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은 청와대 정무수석실 선임행정관에 발탁됐다.
국회도 與 인사 발탁
국회도 여당 낙선 인사에게 자리를 내줬다. 장관급인 국회 사무총장에는 김영춘 전 의원(부산 부산진갑)이, 차관급인 국회의장 비서실장에는 복기왕 전 의원(충남 아산갑)이 임명됐다.낙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만 3년이 되면서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 공석이거나 올해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만 50여 곳에 이른다.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노훈 국방연구원장 등 5곳의 기관장이 이달 임기가 끝난다. 다음달에는 코레일유통,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등 6곳, 11월에는 한국인터넷진흥원, 국립암센터 등 9곳, 12월에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국방과학연구소 등 22곳 기관장이 임기 만료를 맞는다. 여권 관계자는 “정부 초기 임명된 공공기관장 임기 만료로 인사 수요가 적지 않다”며 “일부 낙선 의원들이 총선 후 청와대 정무라인 등에 일자리를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공공기관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발로 몸살을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스안전공사 노동조합은 임 전 국장의 사장 내정 소식이 전해지자 “제대로 된 사장을 임명하라. 자격 없는 낙하산·정치꾼·비전문가를 거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