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8월 전·월세 거래량은 6078건으로 전달(1만1600건)보다 47.6% 감소했다. 작년 8월(1만4865건)에 비해선 절반 이상 줄었다.
전·월세 신고 기한이 아직 한 달 정도 남았지만 1만 건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서울시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1년 1월 이후 최저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전 최저치는 2013년 11월의 1만908건이다.
자치구별로는 중구가 7월 162건에서 8월 52건으로 전·월세 거래량이 67.9% 줄었다. 광진구(200건→77건)와 성동구(535건→215건)도 60% 안팎의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강남구(799건→366건) 서초구(756건→343건) 양천구(559건→254건) 등 학군 우수지역도 거래량이 절반 이상 증발했다.
전세 매물은 반전세와 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서울의 8월 전체 임대차 거래 중 반전세 비중은 14.3%(868건)로, 전달(10.1%)보다 4.2%포인트 높아졌다. 기존 전세 계약도 반전세와 월세로 바뀌고 있어 전세 품귀는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8월 반전세 거래 비중은 송파구가 42.8%로, 서울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전월(14.4%)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성북구(16.4%) 강남구(15.6%) 서초구(14.0%) 강동구(14.0%) 등도 반전세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새 임대차보호법 시행으로 전·월세 계약 기간이 사실상 4년으로 늘어나고 보증금 인상률이 5%로 제한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속도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를 급격히 월세로 돌리기에는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당분간 반전세 계약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을 이사철 오면 전세 매물 씨마를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가을 이사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전세 매물이 더 부족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임대차 시장의 주 공급자인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다주택자들은 재건축 2년 실거주 요건 등을 충족하기 위해 직접 거주하는 방안을 택하거나 증여 등을 통해 보유세 부담을 덜고 있다. 반면 세입자들은 3기 신도시 등 청약에 대비해 비싼 전셋값을 부담하더라도 무주택 자격을 유지하려 한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8월 전 지역에 걸쳐 최고가를 경신했다. 자치구 중 전·월세 거래량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중구도 마찬가지다. 중구 주요 아파트 전셋값은 한 달 새 5000만~1억원가량 올랐다.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전용 59㎡ 전세는 지난달 8일 역대 최고가인 4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광진구 광장동 광장11현대홈타운 전용 84㎡ 전세도 지난 11일 최고가인 10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학군 수요가 풍부한 인기 지역들은 전세 매물이 아예 없다. 월 300만원 이상 고가 반전세들의 거래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삼성1차 전용 97㎡는 지난 8월 보증금 1억원, 월세 460만원에 거래됐다. 전체 960가구인 이 단지의 임대 매물은 현재 반전세 두 건이 전부다. 대치동 D공인 대표는 “대치동 일대는 반전세 매물까지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