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중심주의 강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달라진 경제 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대책에서도 대기업이 차별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복귀 기업을 위한 지원책이 중소기업에 집중돼 대기업은 혜택을 받지 못한 채 ‘빈손 유턴’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기업법)’을 시행한 뒤 지난 7월까지 국내 복귀 기업으로 선정된 업체는 총 74개다. 이 중 대기업은 지난해 중국에서 부품 공장 일부를 울산으로 이전한 현대모비스 단 한 곳뿐이다. 전체 복귀 기업 중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15%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선 유턴기업법의 높은 문턱을 대기업의 국내 복귀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는다. 국내 복귀 기업 선정을 위한 해외생산량 감축 규정이 대표적이다. 국내 복귀 기업으로 선정돼 세제 혜택 등을 지원받으려면 해외생산량을 25% 이상 감축하거나 사업장을 폐쇄해야 하는 규정이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은 현지 물량 축소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지 생산량 축소는 곧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해외로 나간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 간 생산액 규모가 수십, 수백 배 차이 나는데 똑같은 비율로 사업 규모를 축소하라는 건 현실성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이런 규제를 완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김용판 미래통합당 의원은 8월 초 유턴기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에는 현행 해외 생산량 감축 25% 규정을 ‘일정 생산 이상’ 등으로 대체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선진국과 후발국 사이에 낀 국내 제조업 특성상 대기업이 이전하면 상당수 중소협력업체가 함께 움직이게 된다”며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제정된 유턴기업법 일부를 대기업 상황도 고려해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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