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긴급지원금 사용기한이 8월 말로 종료됐다. 당초 30%는 신청 포기로 기부받아 고용보험기금에 편입할 계획이었는데 결과는 엉망이다. 결제시스템을 못 갖춘 영세 상인은 소외됐고 정육점과 안경점에 인파가 몰렸다. 체면 덜 구기고 한꺼번에 쓰기는 ‘냉동실에 소고기 채우기’가 안성맞춤이었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발모제 떠벌리기로 ‘기부 않고 몽땅 청구’를 부추겼고 ‘어차피 우리 혈세로 갚을 빚’이라는 반감까지 확산되면서 청구비율은 치솟았다.
1차 지원금이 총선 여당 판쓸이의 1등 공신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야 정치권 모두 2차 지원금 총대 메기에 혈안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15조원 지급한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으니 100번 줘도 괜찮다”며 선수를 쳤다. 허경영도 놀라 자빠질 배포다. 이 지사의 평소 지론인 ‘기업 사내유보금 과세’가 상상 속의 자금줄일 것으로 짐작된다. ‘쌓아둔 유보이익’이라는 허깨비는 회계 지식을 신뢰할 수 없는 방송 선동가의 단골 메뉴다.
기업 재무상태표는 자금 조달과 운용을 대비시킨 기본 재무제표다. 시가총액 6위로 올라선 셀트리온의 6월 말 재무상태표에는 4조원 규모의 자산과 그 원천이 표시돼 있다. 오른쪽에는 부채와 자본으로 구분된 조달 원천이 표시돼 있고, 왼쪽에는 운용 결과에 따른 자산 내역이 명시돼 있다. 납입자본은 자기주식 매입분을 차감하면 8113억원이고, 벌어들인 이익 중 유보된 잉여금은 2조3654억원이다. 별도재무상태표는 국제회계기준 주재무제표인 연결재무상태표와는 달리 투자자산이 표시되는데 연결은 이를 자회사 자산·부채로 교체하는 절차다. 자회사 비중이 적은 셀트리온의 경우 두 방식의 차이는 크지 않다.
셀트리온의 부채총액은 현금성 자산 및 사업 관련 매출채권·재고 자산과 균형을 맞췄고, 납입자본과 이익잉여금을 합한 자본총계는 투자자산 및 유·무형자산 합계와 비슷하다. 공정가치 평가를 강조하는 국제회계기준에서도 회계 장부가액과 주식 시장가치는 큰 차이를 보인다. 셀트리온 주식의 시가총액은 40조원으로 장부상 자본총액의 13배 수준이다. 공장시설물과 기계장치 및 무형자산인 개발비의 수익창출 능력에 대한 시장평가가 매우 높다는 의미다.
법인세는 이익 확정 시점에 부과됐으며 세금과 배당금을 지급하고 남은 유보이익은 유·무형자산 취득에 이미 사용됐다. 대차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계산상 수치일 뿐인 유보이익에 세금을 다시 부과하는 것은 그 자체가 모순이지만 세금 내기 위해 유·무형자산을 매각하고 사업을 접으면 주식 시가총액이 일자리와 함께 날아간다. 유보이익 중 일부만 과세하면 될 것 같지만 사업 규모가 쪼그라들면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 유례가 없는 유보이익 과세는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먼저 꺼냈다. 법인세를 내고 남은 이익 중에서 투자·배당·임금 증가에 사용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추가로 과세하는 기업소득환류세를 신설한 것이다. 3년 한시법의 일몰 도래 시점에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문재인 정부도 배당 요소를 상생협력비로 대체한 상생협력세로 바꿔 3년 더 연장했다. 금년에 다시 일몰이 도래하지만 그대로 존치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개인 유사 법인’에 대한 유보소득 과세도 새로 등장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80% 이상인 법인은 배당이 없더라도 개인사업자 사업소득처럼 간주배당 소득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금 폭탄이 추가되면 해당 기업의 투자와 고용은 대폭 감소할 것이다.
기업에 대한 세금 인하가 국제적 추세인데 우리만 역행할 수는 없다. ‘세금 더 걷어 지원금 더 풀기’는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실업과 나랏빚 폭증을 유발할 것이 뻔하다. “빚 걱정 말고 더 나눠 쓰자”는 선동가는 사교(邪敎) 교주만큼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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