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별(24·사진)은 지난 30일 한국프로골프(KPGA)코리안투어 헤지스골프 KPGA오픈에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펑펑 눈물을 흘렸다. 부모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그는 인터뷰에서 “(교사인) 부모님이 공무원연금을 당겨 쓰면서 내 뒷바라지를 했다”고 밝혔다. 흔히 중산층으로 꼽히는 ‘맞벌이 교사 부부’도 아들 한 명을 골퍼로 키우는 게 녹록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식 한 명을 프로골퍼로 키우는 비용이 얼마나 크기에 맞벌이 교사 부부도 버거웠을까. 골프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주니어 선수(초·중·고교)에게 연간 들어가는 비용은 최소 6000만원에서 1억2000만원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용품사들의 후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가장 큰 부분은 골프장 사용료와 레슨비다. 주니어 선수 아들을 둔 A씨는 “레슨비에 연습라운드까지 포함하면 월 200만~300만원은 쉽게 쓰고, 더 좋은 선생님을 원하면 더 많은 돈을 써야 한다”며 “실력이 뛰어나면 골프장으로부터 라운드 비용 면제 등의 후원을 받을 수 있지만, 이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했다. 여기에 식대, 유류비, 장비 등으로 쓰는 비용을 포함하면 지출은 대폭 늘어난다.
매년 겨울 따뜻한 곳을 찾아 떠나는 전지훈련 비용 등은 별도다. 태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행 팀에 합류하면 1000만원 안팎을 쓰지만, 소속된 레슨 프로의 팀이 미국 등 선진국을 택하면 금액은 2배 가까이 늘어난다. 부모 중 한 명이 뒷바라지를 위해 따라가면 1.3~1.5배 비용이 들기도 한다. 평균적으로 초등학교 고학년 때 골프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프로 선수 한 명을 키우기까지 6억~9억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선다.
프로 선수로 데뷔해 또 한 번 바늘구멍을 뚫고 1부 투어에 나선다고 해서 ‘고소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주니어 때와 마찬가지로 레슨과 골프장, 연습장 비용이 똑같이 든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40~60위권 선수의 평균 상금은 대략 1억2500만원이었다. 세금 10%를 제외하고 더 비싸진 레슨비, 숙식비, 개인 캐디 월급, 전문 트레이너 비용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손에 쥐는 돈은 1000만~2000만원에 불과하다. 스폰서가 있는 ‘톱 클래스’ 선수가 아니라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셈이다.
한 골프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이 같은 셈법은 여자 선수 기준이며 인기가 여자에 비해 덜한 남자 골프는 훨씬 더 열악한 상황”이라며 “최근 골프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수도권 골프장에서 후원받는 일이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를 골프 선수로 키우는 비용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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