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1시30분께 서울 연남동의 한 해장국집. 식사하는 사람이 한 명뿐이었다. 종업원(두 명)보다 손님이 더 적었다. 50대 업주는 “우리는 배달은 안 하고 홀 영업으로 충분했다”며 “이젠 배달도 알아봐야겠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에도 손님이 있는 테이블은 눈에 띌 정도로 적었다. 한 카페 사장은 “손님이 평소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며 “도시가 멈춘 것 같다”고 했다.
정부가 이날 0시부터 수도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핫플레이스’로 불리는 연남동 일대는 썰렁했다. 평소 손님이 몰리던 한 프랜차이즈 카페는 아예 문을 닫았다. 오전 9시에 문을 연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낮 12시까지 30여 명만 다녀갔다. 카페 직원은 “평소 두 명이 일하는데 오늘은 혼자서도 충분했다”고 말했다.
‘밤장사’가 주수입인 주점 업주들은 더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 방배동에서 주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2주 전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사당역 부근 상권은 급속히 침체됐다”며 “하루종일 두 팀 받은 적도 있는데, 이런 상황이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원 독서실 스터디카페의 운영이 31일 0시부터 중단되면서 인근 상가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대치동 학원가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홍모씨는 “대형학원이 문을 닫은 지난주부터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서 대출을 알아보고 있다”며 “‘곧 나아지겠지’하는 희망도 이제 버려야겠다”고 씁쓸해했다.
고사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긴급경영자금과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등 모든 대책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 먹자골목 밤 11시 되자 텅텅…자영업자 "발버둥 칠 힘도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 시행을 하루 앞둔 29일 밤 11시 서울 마포구 홍대클럽거리. 인근 ‘헌팅(즉석만남) 술집’ 네 곳은 이미 불이 꺼져 인적조차 없었다. 코로나19 재확산 전인 이달 초 대기 줄이 50m까지 늘어섰던 곳이다. 다른 한 술집은 안주를 포함한 ‘전 메뉴 포장 가능’이란 안내문을 붙여 놓고 배달과 포장 주문만 받았다. 30여 개 테이블은 모두 비어 있고, 포장 음식 하나만 놓여 있었다. 홍대클럽거리에서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을 운영하는 A씨는 “원래 영업시간이 오전 3시까지인데, 오늘은 밤 12시에 문을 닫는다”며 “평소 포장 주문은 1시간에 한 건 정도밖에 안 돼 아예 영업을 쉴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시작된 30일 강남 논현 홍대입구 등 서울 주요 유흥거리는 버려진 도시처럼 황량했다. 이날 0시가 되자 대부분 술집과 24시간 음식점은 정부 방역 조치에 맞춰 문을 닫았다. 이날 만난 자영업자들은 “배달 매출은 10%도 안 돼 당분간 문을 닫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홍대 포차거리 인적 끊겨
이날 0시5분께 신논현역과 강남역 사이 250m 거리에 있는 술집과 음식점은 전부 문을 닫고 있었다. 논현동 먹자골목에서도 이날 0시부터 술집들이 문을 닫자 손님들이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 일부는 “문을 연 술집을 찾아보자”며 골목을 돌아다녔다. 인근 한 편의점 앞에선 10여 명이 야외 테이블에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직장인 성모씨(30)는 “30분 동안 술집을 돌아다녔는데 전부 닫아서 편의점에 왔다”고 했다.술집뿐 아니라 24시간 음식점도 일제히 영업을 멈췄다. 논현동에서 24시간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여기는 새벽에 해장하거나 술을 더 마시려고 오는 손님이 대부분이어서 다른 술집이 오후 9시부터 문을 닫으면 우리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집단 휴업 속에 몰래 영업을 이어가는 가게도 있었다. 논현동 먹자골목 인근 1층에 있는 술집 24곳 중 6곳은 이날 0시가 지나서도 계속 손님이 머물러 있었다. 이 중 네 곳은 0시 이후 주문을 받지 않았지만, 두 곳은 영업을 이어갔다. 0시20분께 찾은 한 횟집은 야외 테이블 세 곳 전부와 실내 자리 절반가량이 술을 마시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논현동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밤 11시에 마지막 주문을 받고 부랴부랴 12시에 문을 닫았는데 주변 가게는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며 “같은 자영업자라 신고하기도 껄끄럽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날 ‘1천만 시민 멈춤 주간’을 선포하고 포장마차, 푸드트럭 등에 대해 집합 제한 및 집합 금지 조치를 내렸다.
점주들, “직원 무급휴직시키겠다”
휴일인 이날 서울 시내에는 차량과 행인이 눈에 띄게 줄었다. 가족들 외식 및 지인과의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 머무르는 사람이 많았다. 서울 종로5가의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 출입구에는 ‘테이크아웃(포장 판매)만 가능합니다’라는 문구가 크게 붙어 있었다. 한 종업원은 “손님이 적어 우리도 평소의 절반 인원만 출근했다”고 말했다. 문을 연 음식점들도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손님들로 붐비던 유명 음식점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 제한적으로 손님을 받기도 했다.거리두기 2.5단계 적용을 두고 온라인 카페에서도 자영업자의 호소가 이어졌다. 회원 수 50여 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 관련 카페에는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문을 열려고 한다” “1주일 아예 쉴 예정이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 네티즌이 올린 투표에는 응답자 48%(86명)가 2.5단계 시행 후 “직원 무급휴직을 진행한다”고 답했다. “근무시간을 줄여 임금을 낮추겠다”는 답변도 30%(55명)에 달했다.
김남영/양길성/민경진/하수정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