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고속도로에서 사망사고를 낸 20대 남성이 '뺑소니'를 시도한 정황이 뒤늦게 파악됐다.
30일 경기 시흥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22일 오전 1시45분께 시흥시 평택파주고속도로 동시흥 분기점 부근에서 평택 방면으로 달리던 A 씨(23)의 승용차가 앞서가던 B 씨(57)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 씨의 아내(56·여)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고, B 씨도 하반신이 마비되는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 씨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의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고속도로 순찰대는 사건 현장에 A 씨가 있었고, A 씨가 신고를 직접 해 '뺑소니 시도' 여부에 대한 확인 없이 음주운전 혐의로만 그를 입건했다.
하지만 B 씨 측 유가족의 이의 제기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A 씨는 사고 직후 차량을 몰고 현장을 이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사고 장면이 포착된 CCTV 영상에는 2차로를 달리던 A 씨의 차량이 B 씨 차량 후미를 감속 없이 들이받은 후 브레이크등이 점등되며 속도를 줄이는 듯 하더니 곧바로 다시 주행해 화면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담겼다.
A 씨가 사고 이후 뺑소니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후 A 씨는 1km 남짓 떨어진 고속도로상에 자신의 차를 세워놓고 사고 현장으로 돌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사고 사실을 112에 신고하기도 했다.
10여분 뒤 경찰이 출동했을 때 A 씨는 사고 현장으로 돌아와 있었고, 현장에 A 씨의 차량이 없었음에도 경찰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음주운전 혐의만 적용해 A 씨를 입건한 것이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현장을 이탈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뺑소니를 할 의도는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B 씨 측 유가족은 "경찰은 가해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과 가해자 진술만으로 단순 음주사고로만 단정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CCTV를 확인해 달라는 것도 수차례 요청 끝에 받아들여졌다"면서 "이는 경찰이 초동수사를 비흡하게 처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현장 출동 당시 가해 운전자가 현장에 있었고, 피해자 구조와 인적사항 확인 절차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뺑소니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유가족 측의 요청으로 B 씨의 뺑소니 시도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뒤늦게 A 씨에게 특가법상 도주치사 혐의를 추가로 적용, 지난 21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