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1.3%로 전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민간소비와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반영될 결과로 해석된다. 한은은 또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한은은 27일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종전 -0.2%에서 -1.3%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오일쇼크를 겪던 1980년(-1.6%)과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5.1%) 단 두차례 밖에 없었다. 한은의 성장률 예상치가 현실화하면 올해 외환위기 후 최악의 경제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이처럼 성장률을 끌어내린 것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지난 16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점 등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재확산 속도가 더 빨라지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도 격상될 수 있고 그만큼 경제적 충격도 보다 커질 전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올라가면 10명 이상 모이는 모든 모임·행사가 금지되고, 영화관과 결혼식장, 공연장, 카페 등 중위험시설까지도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수도권에서 3단계 거리두기가 한달 동안 이어질 경우 성장률은 기존보다 0.4%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며 "전국에서 한달 동안 진행하면 0.8%포인트 하락하고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2%대까지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경기를 보는 시각이 어두워졌지만 금리를 동결한 것은 현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 유출이나 유동성 함정 우려가 없는 기준금리의 하한선) 수준에 근접한 영향이다. 과열양상을 보이는 자산시장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포석도 깔려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카드를 꺼내들 계획이 없다는 뜻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지난 24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값 과열 등 부동산 가격은 거시건전성 대책으로 1차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을 금리로 대응해선 안 된다’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 지적에 이같이 답변한 것이다. 집값 등 자산가격 오름세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현 기준금리가 실효하한(자본 유출이나 유동성 함정 우려가 없는 기준금리의 하한선) 수준에 근접한 만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재확산된 데다 수출·민간소비 등이 재차 부진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연 0.5%로 사상 최저 수준인 현재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은 커졌다.
시장에서는 한은이 국채 매입을 비롯한 양적완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4차 추경 및 2차 긴급재난지원금 재원 마련을 위해 국고채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과도 맞물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에서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게 되면 100% 국채 발행에 의해 의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채가 시장에 대거 풀리면 시장금리는 상승(채권가격은 하락)할 수 있고 이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사라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는 물론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등 실물경제가 위축된 만큼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내년까지 기준금리를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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