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갑작스런 조정이 찾아올 것이라 경고하는 목소리들도 늘어간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이에 동참했다. 모건스탠리의 미국주식 수석전략가인 마이크 윌슨은 극소수의 성장주가 증시 전체를 끌어올리는 ‘착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며, 곧 미국 증시가 10%대의 조정을 받을 것이라 경고했다.
윌슨은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와 테슬라로 대표되는 일부 성장주들이 증시 전체의 부진을 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7월 이후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는 11.07% 올랐는데, 이 지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애플은 36.86% 올랐다. 그는 보고서에서 “당장 지난주에도 S&P500지수는 0.72% 올랐는데, 대형 성장주 효과를 배제하고 S&P500지수를 구성하는 모든 종목에 동일한 비중을 준 수정 지수는 오히려 1.5%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윌슨에 따르면 이 수정지수는 6월 8일에 고점을 찍고 이후 회복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는 3가지 사건이 조정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첫째는 코로나19 사태의 지속으로 3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무기한 휴교다. 이로 인해 미국 가구들의 가계지출 부담이 늘어 미국 경제와 정치권에게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USA투데이는 미국 신용정보업체 크레딧카르마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내 학부모 1000명에게 설문을 진행한 결과 25%가 자녀들의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빚을 진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정치권에서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대선을 앞둔 워싱턴 정가는 추가 경기부양책 내용을 놓고 7월말부터 협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윌슨은 “대선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결국 합의에 도달해야하는 여야는 결국 과도한 규모의 부양책에 이를 것”이라며 “이로 인한 소비 급증은 인플레이션과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윌슨은 장기금리의 상승이 증시를 주도하는 성장주들에게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경고한다. 글로벌 증시를 주도하는 유동성은 상당 부분 지금의 제로금리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장기금리가 상승하는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가치주가 성장주보다 강세를 보였다.
모건스탠리는 다가올 조정이 하락장으로의 전환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10%대 조정이 그간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급등한 일부 종목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윌슨은 "음식료와 제약, 미디어 업종의 소비주들이 긍정적인 실적 전망 추이를 보이고 있다"고 추천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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