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가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낼 것이란 기대감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잘 하는 것에 집중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내실 경영'이 코로나19에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금호석유는 24일 2.96% 오른 10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2018년 8월(10만5000원) 이후 가장 높다. 3월 19일 저점 대비 주가는 138% 뛰었다. 타이어용 고무를 주력으로 삼은 회사로 알려져 있지만 금호석유는 '코로나 수혜주'다. 코로나19로 라텍스 위생 장갑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 회사는 라텍스 위생 장갑의 원료인 NB라텍스를 생산한다. 시장 점유율 1위다.
코로나19로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기지를 셧다운하고 타이어 수요가 급감하자 금호석유는 설비를 전환해 타이어 원료 비중을 축소하고 NH라텍스 생산 비중을 늘렸다. 올해 안에 NB라텍스 6만? 규모 생산 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다. 최근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라텍스 위생 장갑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자회사인 금호피앤비화학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오히려 늘었다. 이 회사가 만드는 페놀유도체는 페놀과 아세톤, 비스페놀A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아세톤은 손 소독제의 원재료다. 코로나19에 유가 하락까지 겹쳐 대부분 화학 제품 가격이 급락했지만 아세톤은 가격이 뛰었다.
금호석유는 지난 2분기 매출 1조263억원, 영업이익 1201억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영업이익을 지난해 대비 57% 늘어난 5780억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10년간 최대 규모다.
코로나19가 잦아들고 경기가 회복되면 주력인 타이어 원료 부문이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타이어 업체들이 생산을 늘리면 고무 판매량이 늘어난다. 합성수지 부문에서도 가전제품에 들어가는 고기능 플라스틱인 ABS 수요가 회복되고, 식품용기나 일회용품에 들어가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인 PS 수요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달에만 9개 증권사가 금호석유의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만 NB라텍스 업체인 난텍스의 PER이 13배인 것을 고려하면 금호석유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만큼 목표 주가를 18만원으로 50% 상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