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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 & 이대리] 두번의 실패는 없다 슬기로운 재택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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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달 들어 빠르게 확산하자 기업들이 속속 재택근무를 다시 도입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이를 ‘재택근무 시즌2’라고 부른다. 지난 2~3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했던 시기 도입한 재택근무가 ‘시즌1’이다.

다시 재택근무를 하게 된 김과장 이대리. 이번에는 ‘시즌1’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을 새긴다. 처음 재택근무를 할 땐 허투루 시간을 보낼 때가 많았다. 업무와 삶이 구분되지 않아 허둥지둥했다. 과거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시간을 쓰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재택근무는 익숙하지 않다. 말만 재택근무일 뿐 회사 모임에 불려가기도 한다. 김과장 이대리의 재택근무 ‘천태만상’을 살펴봤다.
홈트 하고 다이어트 식단으로 바꾸고
재택근무를 시작한 김과장 이대리들은 집에서 근무하는 것이 마냥 나쁘지 않다. 출퇴근 시간을 아껴 자기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 판교의 한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개발자 신모씨는 온라인 쇼핑으로 ‘홈트(홈 트레이닝)’ 기구를 샀다. 전신운동이 가능한 ‘로잉머신’이다. 재택근무 지시가 이달 중순 내려오자마자 운동하기로 결심했다. 지난 3~4월 재택근무했을 때 ‘확찐자’가 된 경험이 있어서다.

신씨는 당시 재택근무로 인해 활동량이 확 줄었다. 경기 용인 집에서 판교 회사까지 40분 정도 걸리는데,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자 몸무게가 확 늘었다. 업무를 할 때도 활동량이 감소했다. 일을 집 소파에서 주로 한 영향이다. TV를 틀어 놓고 컴퓨터로 일을 봤다. 밥도 소파에서 배달음식을 먹었다. ‘퇴근’ 후에도 집을 나가지 않아 별다른 외부활동이 없었다. 신씨는 한 달 만에 3㎏이나 몸무게가 늘었다. 그는 “이번에는 틈틈이 운동하면서 일하려고 결심했다”고 했다.

대기업에 다니는 나 대리도 운동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탓에 체육관 가는 것이 꺼려지는 그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내 커뮤니티 센터로 필라테스 강사를 불렀다. 이곳에서 주 3회, 점심시간에 운동을 한다. 나 대리는 “커뮤니티 센터에서 개인 트레이닝(PT)을 하는 재택 회사원들이 요즘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통신사에 다니는 권모 과장은 식단 조절로 살을 빼기로 작정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샐러드, 닭가슴살, 곤약 등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만한 음식 1주일치를 주문했다. 권 과장 같은 사람이 많아 요즘 온라인 쇼핑몰은 다양한 다이어트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아예 하루 단위로 메뉴를 정해 놓고 선택할 수 있는 곳도 있다. 그는 “회사에선 간식거리가 많아 직원들만 모이면 주전부리를 자주 먹었다”며 “이번 재택근무를 기회 삼아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
“넷플릭스 끊고 책 봐요”
재택근무로 늘어난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직장인도 많다. 서울 강서구의 한 연구소에 근무하는 김모 과장. 그는 최근 ‘밀리의서재’ 구독 신청을 했다. 월정액만 내면 전자책을 맘껏 볼 수 있는 서비스다. 인문, 사회,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책을 읽은 뒤 토론도 한다. 대신 끊은 서비스도 있다. 넷플릭스다. “너무 재미있어서 끊었다”고 한다. 재택근무를 하며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통제가 안 돼 아예 안 보기로 한 것이다. 김 과장은 “넷플릭스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가 없다”며 “재택근무 때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이라고 했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재택근무의 큰 장점으로 꼽힌다. 유통사에 근무하는 이모 과장은 요즘 네 살 난 딸과 부쩍 친해졌다. 맞벌이를 하는 이 과장은 원래 어린이집에 오후 7시까지 아이를 맡겼다. 요즘은 오후 1시면 아이를 데려온다. 손은 많이 가지만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전남 나주의 한 공기업에 다니는 안모씨는 대학생 때 입양한 반려동물을 부모님 집에서 데려와 다시 기르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외로움을 느낄 강아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나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강아지를 안고 업무를 할 수도 있고, 점심시간 동안 함께 집 주변을 산책하는 등 강아지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었다. 안씨는 “쏟아지는 업무에 지치는 순간, 책상 옆에 누워 있는 ‘댕댕이(멍멍이를 가리키는 말)’를 보면 피로가 가신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는 말뿐…일만 더 늘었죠
재택근무가 달갑지 않은 직장인도 있다. 중견기업에 근무하는 2년차 사원 이모씨는 “차라리 회사가 더 낫다”고 하소연한다. 메신저를 통해 지시를 받으면서 업무량만 증가한 영향이다. 이씨는 “회사에서는 이동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핑계로라도 쉴 수 있지만 집에서는 잠깐이라도 화장실을 다녀오면 ‘왜 메신저에 즉답하지 않냐’는 질책이 쏟아진다”고 했다. 중소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일하는 박모 대리 처지도 마찬가지다. 그는 “팀장이 전화를 걸어올 때 신호음이 세 번 울리기 전에 받지 않으면 ‘근태 불량’으로 기록된다”며 “이럴 바엔 출근하는 게 더 낫다”고 하소연했다.

말만 재택근무일 뿐, 몸은 여전히 회사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제조기업에 다니는 박모 대리는 며칠 전부터 ‘반출근’ 상태다. 박 대리가 속한 팀은 대외적으론 재택근무 중이지만, 실제로는 모든 팀원이 회사로 출근하고 있다. 관리 부서에서 각 팀에 자율적으로 재택근무를 결정하라는 공지가 내려오자 팀장이 “중요 프로젝트를 하는 동안엔 팀원들이 되도록 모여 있는 게 좋은데…”라며 대놓고 출근 압박을 준 것. 박 대리는 “‘자율 재택’ 시행 이틀 만에 결국 팀원 모두가 회사로 출근했다”며 “회사가 아예 방침을 정해줬다면 혼선이라도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는 ‘언감생심’인 곳도 있다. 중소기업 대부분이 그렇다. 중소기업 직장인에겐 ‘보상심리’가 작동한다. 시화공단의 한 중소 제조사에 다니는 강모 대리는 업무 시간 틈틈이 탕비실을 찾는다. 집에는 없는 고급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게 요즘 일상의 낙이다. 탕비실 한 쪽에 마련된 안마의자도 마음껏 이용한다. 강 대리는 “코로나19가 다시 퍼지면서 다른 회사들처럼 재택근무도 하지 않는데, 회사에 구비된 편의시설이라도 실컷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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