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 중심의 합성·바이오 신약 개발 회사 티움바이오를 다녀왔습니다. 2016년 12월 SK케미칼의 신약개발부서가 스핀오프한 기업입니다. 신약 개발 부서인 혁신연구개발(R&D)센터를 이끌던 김훈택 대표가 만든 회사죠.
SK케미칼에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를 만들었던 연구진이 이 회사의 핵심 연구 인력입니다. 김 대표 역시 1990년 선경인더스트리 생명과학연구소에 들어와 30년 동안 신약 개발에만 매달렸습니다.
업계에선 티움바이오를 스마트한 회사라고 평가합니다. 이 회사는 임상 3상 완료에 목숨을 걸지 않습니다. 희귀질환 분야에 집중해 임상 1, 2상 단계에서 다국적 제약사 등에 기술 이전하는 것이죠.
김 대표 역시 “바이오 벤처 중에 임상 3상을 제대로 끝낼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며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리스크(위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임상 2상과 함께 기술 이전을 추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18년 창업 2년 만에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TU2218'을 이탈리아 제약사 키에시에 7400만달러 규모로 기술이전을 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미약품이 사용했던 전략과 유사합니다.
‘퍼스트인클래스’(first in class, 세계 최초)를 고집하기 보다는 ‘베스트인클래스’(best in class, 계열 내 최고)를 추구하는 것도 한 특징입니다. 자궁내막증 치료제 'TU2670'이 대표적입니다. 기존에 나와있는 약의 단점을 보완하고 효능을 높이면 퍼스트인클래스를 압도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자궁내막증 치료제 시장은 2022년 약 4조원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 등 3개 회사가 과점 형태로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보다 더 나은 약을 만든다면 승부를 걸어볼만하다는 계산입니다. 항암제 등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아닌 희귀질환에서 답을 찾는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section dmcf-sid="gqmpsmuLk9">
이 회사의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중에선 TU2670이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고 있습니다. 자궁내막증 치료제죠. 자궁의 외부에 자궁내막이 증식하는 병입니다. 만성적인 골반 통증이나 불임 등이 야기됩니다. 가임기 여상의 약 10%가 이 질병을 앓고 있습니다. 수술을 하더라도 40~50%는 재발한다고 합니다.
작용 원리를 좀 알아보겠습니다. TU2670는 생식샘 자극 호르몬 방출 호르몬(GnRH) 작용제입니다.
이 약을 먹을 경우 GnRH의 활동이 억제됩니다. GnRH는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상하부에서 방출이 됩니다. 여기서 나온 GnRH는
뇌하수체 전엽에 도달해 각종 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합니다. 여성의 경우 난포(여성 호르몬을 만드는 난소 속 주머니)의 성장과 에스트라디올 생성에 영향을 미치죠. 자궁내막증을 악화시키는 건
에스트라디올입니다. 이를 차단하는 게 중요한데요. TU2670은 GnRH가 뇌하수체 전엽에 도달해 각종 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시점에서 이를 차단합니다.
GnRH 작용제로는 애브비의 ‘앨라고릭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판매 중입니다. 같은 작용 기전의 약물은 출시가 된 셈입니다. 다시 말해 퍼스트인클래스는 아니라는 겁니다.
다만 베스트인클래스는 될 수 있습니다. 티움바이오에 따르면 앨라고릭스의 경우 약물을 투여할 경우
에스트라디올을 거세 또는 폐경 수준 이하로 억제합니다. 이럴 경우 여성의 경우 골밀도 감소 등의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약물을 투여할 경우 필요한 효능 수준보다 더 낮게 성 호르몬 수치가 유지되는 겁니다. 반면 TU2670은 성호르몬 수치가 적당한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또 약물 효능이 TU2670은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앨라고릭스는 시간이 걸립니다.
티움바이오는 여기에 주사제가 아닌 알약 형태로 만들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맞아야 하는 앨라고릭스보다 더 간편한 셈이죠.
자궁 내막증 시장은 2022년 4조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이 중 52%를 앨라고릭스가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티움바이오 측은 TU2670에 대한 임상 2a상을 유럽에 신청했습니다. 2상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년 정도가 걸릴 예정이지만, 2상 임상 시작과 함께 기술이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한국 시장의 판권은 대원제약에 넘겼습니다. 당시 계약 금액은 40억원의 계약금에, 약물이 개발될 경우 로열티를 받는 조건이었죠. 김 대표는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할 경우 국내 계약 규모보다 30배 이상은 클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이미 기술이전이 된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TU2218과 혈우병 치료제 등은 티움바이오②에서 알아보겠습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