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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진관사에서 - 이병일(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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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진관사에서 - 이병일(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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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관사 외진 방, 빗소리 곁에 두고서
내 것 아닌 것을 생각한다
더러운 것들 몸뚱이에 두르고 와서
그 어디에도 버릴 수가 없다
우연찮게 앵두의 그것처럼 탱글탱글
익어 가는 빗줄기를 보면서
밥 생각 없이 구운두부 찜을 먹었다
좋아라, 피가 돌고 숨이 돌았다
두부 자체가 간수인데 몸에 붙은
흰 그림자 잔뜩 으깨진 것이 보였다

시집 《나무는 나무를》(문학수첩) 中

비를 맞으면 꼭 더러운 것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듭니다. 가끔 실수로 비를 맞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젖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올여름엔 비가 참 많이도 왔습니다. 컨테이너 집이 떠내려가고 동물과 사람이 고립됐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이제 늦여름 반짝 햇빛이 쏟아집니다. 우리 앞에 좀 더 나은 미래가, 좀 더 밝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요? 정말 그렇기를, 흰 두부를 입에 넣으며 간절히 바라 봅니다.

주민현 시인(2017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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