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8월21일(16:10)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 경영권을 사들이는 사모펀드(PEF)는 최근 수년새 자본시장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야심찬 뱅커, 회계사, 컨설턴트 출신들이 선호하는 곳으로 꼽힌다. PEF에 갓 입사한 초년병들은 어느 정도의 연봉을 받을까. 각 운용사의 처우는 ‘프라이빗(private)’을 중시하는 PEF 업계에서도 가장 ‘프라이빗’한 영역으로 꼽힌다. 국내에도 조(兆)단위 펀드를 보유한 대형 PEF 운용사들이 늘면서 글로벌 평균 수준 처우까지 개선됐다는 평가다. 다만 ‘PEF의 꽃’으로 불리는 성과 보수는 여전히 창업자와 지분을 보유한 소수의 파트너가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거래 한 건으로 수백억원을 벌었다는 무용담은 여전히 주니어급엔 신기루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인력 경쟁에 30대 초반-5억대 연봉도
PEF 직급 체계는 통상 애널리스트→어쏘시에이트(associate, 일명 ‘어쏘’,차장급) →시니어 어쏘시에이트(senior associate, 부장급) →바이스 프레지던트(vice president·VP, 이사급) →디렉터(director, 상무급)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MD, 전무급 이상) 순으로 이어진다. 가령 MBK파트너스 서울사무소의 경우 어쏘 2명, 시니어어쏘 5명, VP 3명, 디렉터 2명, MD 3명으로 구성돼 있다. 어쏘에서 시니어어쏘 승진까지 2~3년, 시니어어쏘에서 VP 승진까지 평균 3~4년이 걸린다. 물론 개인 성과와 운용사 방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해외의 글로벌 PEF에선 애널리스트 직급이 없이 어쏘부터 PEF 경력을 시작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학을 졸업하면 투자은행(IB)에서 애널리스트로 먼저 경험을 쌓고 대개 경력직으로 PEF에 입사한다. 대형 PEF 운용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니어 인력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이다. 미국 내 IB에 입사하면 2년여간 애널리스트로 일한다. 정규직이 아니라 계약직 신분이다. 이후 3년차부터 기존 IB에서 정규직 어쏘가 돼 경력을 쌓을지, 아니면 PEF에 어쏘로 입사해 PEF 경력으로 갈아탈지 등을 결정한다.
결국 국내 대형 PEF에서 주니어로 일하는 경로는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경력을 쌓든가, 어쏘 혹은 시니어 어쏘 단계에서 회사에 합류하는 방법으로 나뉘는 셈이다. 물론 국내 회계법인에서 PEF에 합류하거나 컨설팅사에서 합류하는 경우엔 기존 경력과 연봉 등을 평가해서 직제가 부여된다.
국내에서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한 대형 PEF의 경우 대졸 애널리스트로 입사했을 때 초봉은 약 8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애널리스트 마지막 연차인 3년차에 연봉 1억원 수준으로 상승한다. 이 운용사의 경우 어쏘는 최소 3년, 시니어 어쏘도 최소 3년 정도 거쳐야 다음 단계로 승진되는 구조다. 규모 대비 주니어들에게 연봉이 짠 곳으로 알려져왔지만 최근 들어 처우가 급격히 개선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조 단위 블라인드펀드 조성 과정에서 대외적 평판을 위해서라도 글로벌IB 출신 주니어를 시급히 영입했어야 했다는 점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손꼽히는 대형 PEF들은 어쏘 초년차 기준 기본급으로 평균 약 1억5000만원 수준을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아시아 지역 기반(regional) PEF의 경우 글로벌 IB경력을 거친 어쏘 초년차에게 기본급으로 약 1억5000만원(13만달러), 보장된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110~120% 총 3억원이 넘는 급여를 제시하기도 했다.
종합해보면 최상위권 PEF가 가장 선호하는 인재군은 IB에서 2년간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쌓고, 어쏘 2~3년차에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인력으로 좁혀진다. 최근 해당 연차에 인력난이 극심하다보니 경쟁적으로 처우를 올려주고 있다는 평가다. 유럽계 한 PEF의 경우 최근 해당 연차에 성과급 포함 4억5000만~5억원 수준의 보장 연봉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4조원에 달하는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한 국내 운용사도 시니어 어쏘 영입에 4억~5억원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IB 재직 중 회사 내부 경비로 MBA를 마치면 대외적으로도 ‘핵심 인재’라는 신호를 주다보니 몸값이 치솟는다. 글로벌 투자자(LP)들이 남성으로만 구성된 국내 PEF 인력 구성을 질타하면서 일부 PEF는 여성 인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PEF 매력은 ‘연봉’보다 ‘성과 보수’
적지 않은 급여지만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등 최상위 글로벌 IB 출신에겐 상대적으로 크게 메리트가 없는 금액이다. 글로벌 초대형 IB의 경우 입사 초봉이 15만달러(1억7000만원)에서 시작해 해마다 연차에 따라 17만5000달러, 20만달러, 25만달러 순으로 일정 정도 공식화돼 있다. 여기에 본봉의 30%, 60%, 100%를 성과 수준에 따라 보너스로 받는다. 보통 같은 입사 동기 중 가장 뛰어난 인력이 100% 성과급을 받는다.
그럼에도 주니어들의 PEF행이 잇따르는 이유는 성과 보수(carry) 때문이다. 투자자(LP)의 국적, 하우스 성향, 펀드 성격별로 천차만별이지만 글로벌 표준은 ‘8/20 룰’ (연 내부수익률(IRR) 8% 초과 성과시 차액의 20%)이다. 거래 한 건으로 1000억원을 벌면(원금 1000억원 투자, 1년만에 회수 가정시) 정해진 8%(80억원)을 투자자가 갖고, 나머지 920억원의 20%(약 184억원)를 소수 인력이 나눠 갖는 방식이다. 지금은 대형 운용사로 성장한 한 하우스의 경우 설립 직후 단행한 단 한 건의 딜로 핵심 파트너들이 최소 80억원이 넘는 보너스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글로벌 PEF에선 시니어어쏘 단계서부터 25bp(0.25%) 수준으로 성과보수를 나눠 주는 사례도 전해진다. 아직 국내 혹은 대부분 글로벌 PEF 한국사무소와는 먼 이야기다. 여전히 핵심 파트너들이 성과보수를 독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마저도 분배를 두고 잡음이 만만치 않다보니 핵심 파트너나 창업 멤버간 분쟁이 빈번하다. 대외적으로는 ‘운용 철학이 달랐다’고 이직 이유를 설명하지만 본질은 분배 방식에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혹은 국내 대형 PEF의 경우 주니어 인력이 직접 자기 돈을 투자해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본봉의 일정 퍼센트 이상 한도를 둬 직급별 차등을 둔다. 과실을 함께 나누라는 의도다. 국내 최대 PEF의 경우 딜에 참여하는 관계자들에 일정정도 강제적으로 참여하도록 문화가 조성돼 있다. 이 때문에 주니어들 중에선 오히려 손실을 본 인력도 있다. 성과 보수를 지급하는 대신 회사가 직원 명의로 일부 금액을 펀드에 출자해 일종의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곳도 있다.
오히려 KKR·칼라일·블랙스톤·TPG 등 글로벌PEF 보다 지역에 기반한 알짜 PEF들이 더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경향도 있다. 인지도에서 다소 밀리다 보니 핵심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더 나은 처우를 보장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한 국내 PEF에선 창업자가 “우리도 이미 글로벌 톱티어 수준인데 주니어에게 높은 연봉을 보장할 이유가 없다”는 방침을 세운 곳도 있다. 이 PEF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투자성과가 나빠진 배경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최근 4조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해 국내 탑티어 수준으로 성장한 모 PEF는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는 점을 인정하고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해 실력 있는 주니어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PEF 중 네임밸류 대비 국내에서 별다른 활약이 없는 곳도 주니어들에게 인기를 끄는 직장이다. 어찌됐건 글로벌 차원 연봉 테이블이 정해져 있으니 처우는 보장된 데다, 본사 차원에서도 특별히 한국에 관심이 없다보니 일에 대한 부담도 없는 점들이 매력으로 거론된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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