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 논란으로 상당수 고위공직자들이 곤욕을 치른 가운데 이들이 보유한 자동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주택과 달리 자동차는 시간이 갈수록 평가액이 감소해 상대적으로 '눈총'을 덜 받는 분위기다.
한국경제신문이 20일 청와대 수석 및 정부 장관급 인사 25명의 자동차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8명(배우자 포함)이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를 타고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관보에 게재된 공직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른 것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2018년식 G80),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2016년식 G80) 등이 대표적이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015년식),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2012년식),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2010년식), 구윤철 국무조정실장(2009년식) 등도 본인이 제네시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2017년식 G80)과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2015년식)은 배우자가 제네시스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관료들이 수입차를 타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그래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만큼 국산차 중에선 가장 고급 브랜드를 타고 다니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제네시스 외 준대형 세단도 인기가 많았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2019년식 그랜저IG),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2009년식 그랜저) 등은 현대차 준대형 세단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GM의 알페온 CL300(2015년식)을, 김외숙 청와대 인사수석은 쌍용자동차 체어맨(2015년식)을 타고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소유주도 제법 됐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아우디Q5(2015년식),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기아자동차 모하비(2013년식),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현대차 투싼(2014년식)을 각각 신고했다.
친환경 자동차도 인기다. 최기영 과학기술통신부 장관은 현대차 아이오닉 하이브리드(2018년식)를,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현대차 쏘나타 하이브리드(2018년식)를 각각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기아차 K7 하이브리드(2018년식)를 렌트카로 신고했다.
다소 소박(?)한 자동차도 눈에 띄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기아차 모닝(2015년식)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일부 고위관료는 주변 시선 때문에 본인 대신 가족만 고급 수입차를 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