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이 끌어올린 소득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가구소득은 527만2000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1분기 3.7%보다 증가폭이 커졌다. 2014년 1분기 5.0% 이후 최대폭 증가다.하지만 세부 지표를 살펴보면 상황은 좋지 않다. 민간 차원에서 벌어들인 소득은 역대 최악의 감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분기 근로소득은 32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했다. 2009년 3분기 이후 첫 감소다. 2003년 통계를 생산한 이후 최대폭으로 줄었다. 사업소득은 94만2000원으로 4.6% 줄었다. 재산소득은 11.7% 감소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재산소득이 트리플 감소에 빠진 것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그럼에도 가구소득이 증가한 것은 이전소득 증가 때문이다. 2분기 이전소득은 전년 동분기 대비 80.8% 증가했다. 사적이전소득이 2.1%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긴급 재난지원금을 포함하는 공적이전 소득은 127.9%나 증가했다.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소득 감소를 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하고 월평균 소득을 계산하면 올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49만5000원으로 나온다. 역시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전년 2분기 소득 469만1000원에 비해 4.1% 감소했다.
분배지표도 지원금 효과 빼면 악화
분배지표인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23배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4.58배에 비해 0.35배 포인트 개선됐다. 2015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분위 배율은 상위 20%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낮을수록 분배가 개선된 것으로 해석된다.이를 두고 통계청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공적이전소득이 늘고, 고소득층(5분위)의 근로소득 감소폭이 1분위에 비해 컸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실제로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과 공적이전지출 효과를 제외한 시장소득 5분위 배율은 작년 2분기 7.04배에서 올해 8.42배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수출입은행 본관에서 연 '관계장관회의(녹실회의)'에서 "역대급 고용·실물경제 충격 속에서도 분배지표가 개선된 데에는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정책대응이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재난지원금 등 정부의 소득 보전이 통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홍 부총리도 2차 재난지원금은 없다고 말하는 등 장기적으로는 지속이 불가능한 만큼 상황에 대한 긍정보다는 민간 경기 활력을 되찾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 부총리도 이같은 측면을 감안, "7월 취업자 감소 등으로 3분기 소득분배 여건은 여전히 엄중한 상황일 것"이라며 "정부는 고용·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시장소득 회복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