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8월 임시국회 첫날부터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개입 의혹’ 등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결산 심사 일정은 물론 소위 구성 합의에 실패했다. 여야 충돌로 이번 임시국회 본연의 목적인 예산 결산이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18일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KBS, MBC의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관련 보도에 개입한 ‘권언유착’ 의혹을 밝혀내기 위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긴급 현안질의가 필요하다”며 단독으로 회의를 개최했다. 통합당 측 과방위 간사 박성준 의원은 회의 시작 전 “국회법 52조에 따르면 ‘재적의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위원회를 개회한다’고 돼 있다”며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측 박광온 과방위원장은 회의 개최를 위해선 간사 간 협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끝내 회의에 참석하지 않자 박 의원은 한 위원장과 민주당 의원의 불참 속에 위원장 대행으로 회의를 열었다. 박 의원은 “한 위원장을 출석시켜서 최근의 의혹에 관해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국민적 요청이 제기되었음에도 이를 소관하는 과방위에서 책임을 방기하고 소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에라도 의혹과 관련해 과방위 차원에서 책임을 묻는 고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발언 직후 ‘한 위원장의 방통위원회 설치에 관한 법률·방통법·방송법 위반, 중립성과 공정성 위반’ 등의 의제를 과방위 회의 안건으로 단독 상정했다.
민주당은 통합당의 긴급현안질의 요청에 대해 ‘정치적 보여주기’를 위한 비합리적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일축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결산을 위한 과방위 회의를 18일 하루 준비해서 19일 열기로 한 걸 가지고 이제 와서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했다.
치열한 기싸움으로 임시국회를 시작한 여야는 9월 1일 정기국회가 열리기 전까지 방통위의 방송개입 문제뿐 아니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을 놓고도 충돌을 이어갈 전망이다. 여야의 기싸움으로 대부분의 상임위원회에선 소위원회 구성조차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17개 상임위 중 법안소위와 예결소위 등 소위 구성을 끝마친 곳은 교육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국방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등 5개뿐이다.
구체적인 결산심사를 진행할 예결소위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결산 과정이 부실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정이 늦어져 정기국회가 시작되는 9월 1일 전 심사를 마치지 못한다면 내년 예산을 짜면서 작년 예산결산 심사를 병행하는 비정상적 상황이 나타날 수도 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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