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에서 신종 사기 수법이 등장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 판매 업체 계정을 도용해 가짜 판매 광고를 올린 뒤 SNS로 현금 거래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공식 오픈마켓 사이트에 버젓이 광고가 올라와 있어 소비자들은 사기 여부를 분별하기 쉽지 않은 데다 해외IP를 사용해 관리 감독도 어렵다는 평가다.
사기 판매업체는 오픈마켓 홈페이지와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 가전제품 등을 할인 판매한다는 광고를 올려놓고 피해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상품 소개란에 “구매 전 고객센터 카카오톡으로 재고를 문의하라”며 카톡 아이디도 적어놨다. 프로필 사진에는 옥션 11번가 등의 로고가 있어 오픈마켓의 공식 고객센터 카톡 계정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들었다.
17일 기자가 옥션에서 활동하는 한 사기 판매업체의 카톡을 통해 김치냉장고 구매 의사를 밝혔다. 다른 인터넷 쇼핑몰에선 180만~200만원에 판매되는 제품이지만, 이 업체는 “162만원에 구매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이어 “특가 할인상품이어서 주문량이 밀렸다”며 “현금 결제로만 주문이 가능하다”고 안내했다. 사기 판매업체는 “옥션안전결제 상품으로 따로 등재했다”며 별도의 구매 링크를 보냈다.
링크를 통해 접속한 사이트는 상품 진열은 물론 사업자등록번호, 주소지 등 외관만 봐선 옥션 사이트와 똑같다. 사이트에 로그인 기능도 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넣으면 결제창으로 곧장 넘어갔다. 비밀번호가 달라도 정상적으로 로그인된 것처럼 꾸며놨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인터넷 주소가 실제 옥션 사이트와 달랐다. 입금 계좌명도 ‘KIM VITALII (주)옥션’으로 실제 옥션 계좌와 차이가 났다. 소비자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미끼성’ 사이트였다. 결제를 미루자 사기 업체 관계자는 “재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여름특가 할인 판매 중”이라며 재차 독촉했다. 이어 “입금한 뒤 입금 내역서를 캡처해 카톡으로 보내라”고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실제 오픈마켓 내 판매업체 아이디를 도용해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 겉보기에 실제 제품 광고와 내용이 같고, 공식 오픈마켓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와 있어 진위를 가리기 어렵다. 판매 제품 대부분이 냉장고 등 수백만원에 달하는 고가 상품이어서 피해 규모도 큰 편이다. “현금가로 더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얘기를 듣고 계좌이체를 한 뒤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사기 업체라는 신고가 오면 즉각 상품을 삭제하고 기존 판매 업체에 아이디 도용 사실을 전하고 있다”며 “다만 카톡 등 SNS에서 현금 결제를 유도하는 건 감독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사기 업체 대부분이 해외IP로 사이트를 개설해 경찰에 신고해도 적발이 어렵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관계자도 “판매자가 알려준 사이트가 계좌이체 등 현금결제만 가능하다면 사기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기 거래 사이트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면 바로 차단 및 삭제가 된다”며 “해외 IP를 이용한 사기 사건은 국제 공조를 통해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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