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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1조시장 '군침'…고속道 휴게소서 맞붙는 식품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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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신영희 씨(45)는 이달 초 휴가 때 가평휴게소를 들렀다. 260㎡ 크기의 애견파크가 있어서다. 휴게소 방문객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해 반려견이 목줄이나 입마개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 여행 목적이 없어도 일부러 오는 곳으로 입소문이 났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식품업계의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도 식품기업들은 알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 휴게소 중 가장 알짜로 불리는 가평휴게소는 지난해 9월 SPC삼립이 운영권을 따냈다. 양평휴게소는 풀무원푸드앤컬처가 맡고 있다. 매년 전국 휴게소 매출 3위 안에 드는 행담도휴게소는 CJ프레시웨이가 품고 있다. 일부러 찾는 애견파크, 따로 장볼 필요가 없는 캠핑박스 등의 서비스는 치열한 경쟁 끝에 나온 결과다.
외식기업이 높인 휴게소 경쟁력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는 추풍령휴게소다. 1971년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함께 들어섰다. 서울과 부산의 중간 지점에 있다. 비빔밥, 육개장, 칼국수, 만두 같은 조리가 간편한 음식을 제공했다. 장거리 운전하는 기사를 위해 객실 10개짜리 여관도 운영했다. 추풍령휴게소는 군사정권 시절 야간통행금지를 피해 유일하게 야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24시간 운영돼야 하는 휴게소 특성 때문에 통금 제재를 받지 않았다.

고속도로망이 발달하면서 휴게소 숫자도 늘었다. 1979년까지 37곳에 불과했던 휴게소는 2000년 들어 100곳을 돌파했고 현재 220곳(한국도로공사 195곳, 민자 25곳)에 이른다. 휴게소 음식이 맛집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아진 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는다. 1990년대 초까지 휴게소 음식점은 맛 없고, 친절함이 없고, 위생 관념이 없는 ‘3무(無)’로 악명 높았다. 198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자동차 수가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휴게소들이 배짱 영업을 한 탓이다.

1995년부터 사업권을 5년 단위로 갱신하는 입찰제로 바뀌면서 경쟁 시장이 형성됐다. 민간 기업이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2010년엔 풀무원과 SPC가 동시에 휴게소 사업에 진출해 분위기를 바꿔 놨다. 전북 완주 이서휴게소와 임실 오수휴게소를 풀무원푸드앤컬처가, 경남 진주휴게소를 SPC삼립이 가져갔다.

두 회사는 고속도로 사업권을 넓혀가며 치열하게 경쟁했다. 현재 풀무원은 22곳, SPC는 9곳의 휴게소를 운영하며 ‘양강’ 구도를 만들었다. 다른 기업들도 목 좋은 휴게소를 찾아 운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서해대교 남단의 행담도휴게소 운영권을 쥐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 2월 행담도휴게소에 노브랜드버거를 입점시키는 등 경쟁 속 협업의 모습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서비스 체험의 장으로 활용”
고속도로 휴게소 식음 시장 규모는 연 1조원이 넘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의원에 따르면 도로공사 관할 휴게소 매출(주유소 제외)은 해마다 늘어 지난해 1조4304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엔 코로나19 여파로 5222억원을 기록하며 주춤했지만 하반기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 금세 따라잡을 전망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수탁 기업의 역량을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사업장으로 꼽힌다. 10대부터 80대까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전국 소비자가 무작위로 모이기 때문에 자사 브랜드 영향력을 전국구에서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다.

운영사가 제각각 달라 휴게소별로 서비스, 콘텐츠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풀무원은 지역색을 강화했다. 휴게소별로 팝업스토어를 열어 지역 특산물 장터를 운영하고 지역별 이색 메뉴를 푸드코트 코너에 들였다.

SPC가 운영하는 김천휴게소에는 수면과 샤워가 가능한 24시간 휴게텔, 가평·진주휴게소에는 애견파크가 있다. CJ프레시웨이의 행담도휴게소는 모다아울렛과 함께 들어서 있어 쇼핑을 강화하고 맛집 메뉴를 들였다. 원하는 밥과 반찬만 집어갈 수 있는 자율배식형 식당 ‘프레시화인’도 선보이고 있다. 밥, 반찬, 국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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