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올 들어서만 5조원을 웃도는 규모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격히 높아진 대출 부실화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은행의 코코본드 신규 발행금액은 총 5조3800억원으로 나타났다. 작년 연간 발행금액(5조1300억원)을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다.
산금채(산업금융채권)와 농금채(농업금융채권) 등 특수금융채를 제외하고,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 발행한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를 모두 합한 금액이다.
조건부자본증권은 금융위원회가 은행을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투자 원금을 모두 상각(손실처리)해야 하는 고위험 증권이다. 국내 은행들은 2013년 바젤Ⅲ(은행건전성 감독을 위한 국제 협약) 도입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을 개선하려면 유상증자를 하거나 코코본드 발행으로 보완자본을 늘려야 한다. 국내은행의 BIS 총 자본비율은 3월 말 현재 평균 15% 수준으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1.5%를 크게 웃돌고 있다.
허영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한 대출 부실이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본 쌓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들어 코로나19 피해기업과 소상공인 금융지원이 크게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예금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53조5000억원 증가했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29조8000억원 늘었다. 중기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 모두 작년 연간 증가액을 뛰어넘었다.
은행의 코코본드는 높은 투자위험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금리를 제시해 시장에서 원활하게 소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나은행이 이날 발행한 3400억원 규모 후순위 코코본드 금리는 연 2.14%(10년 만기)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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