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내 드러난 AI와 뇌를 융합하는 과학 기술 등은 근미래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전제 하에 상상력을 보태서 구현했다."
국내 OTT 플랫폼 웨이브가 도전한 첫 시네마틱 드라마 ‘SF8’ 8편이 이달 14일부터 MBC를 통해 전파를 탄다. TV 공개를 하루 앞둔 1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SF8’(기획 DGK·MBC, 제공 wavve·MBC, 제작 DGK·수필름)의 감독 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서 8인의 연출자들은 "일상 속 SF"를 강조하면서 "한국식 SF를 선보이겠다"는 각오와 포부를 전했다.
'SF8'은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제작사 수필름, OTT 플랫폼 웨이브가 손잡고 SF소설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된 8편의 영상물이다. 기존의 틀을 탈피한 형식은 물론 현실에서 보기 힘든 미래상을 배경으로 하는 차별화된 스토리 구성으로 대중의 높은 관심을 이끌고 있다. 실제로 SF8은 지난달 10일 웨이브를 통해 공개된 이후 2주 만에 시청자 수 30만 명을 돌파하며 콘텐츠 경쟁력을 입증했다.
SF8은 한국영화감독조합 소속 김의석, 노덕, 민규동, 오기환, 이윤정, 한가람 등 8명의 감독이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로봇, 게임, 재난 등을 소재로 연출한 SF장르를 선보였고, 배우 이유영, 이연희, 예수정, 이동휘, 이시영, 김보라, 유이, 하니, 최시원, 하준 등이 참여했다.
허무맹랑? "이미 일상에서 시작된 과학 기술 접목"
감독들은 "근미래 기술을 담은 영상을 제작한 만큼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고 밝혔다. 이어 "실현가능성에 근거해 상상력을 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주인 조안'을 연출하며 미세먼지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이 우주복을 입고 생활한다는 설정을 선보인 이윤정 감독은 "영상에 나오는 우주복은 현존하는 기술로 가능한 것"이라고 소개해 흥미를 끌었다.
이윤정 감독은 "우주복에 글씨가 써지는 것도 음성인식에서 글씨가 나가는 것을 고려했다. 영상 VR은 충분하게 보여지지 않았지만, 어떠한 것들이 가능한 것인지를 명확히 알고 있어야 관련 정서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VR 관련해서 작년부터 수업을 듣기도 했다. 다만 영상 구현에 어려움이 있어 다 보여지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을 불신하는 경찰과 인공지능을 탑재한 경찰의 공조를 다룬 '블링크'의 한가람 감독은 "영상에 담긴 뇌 이식은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며 "기술을 뇌에 이식하는 연구는 진행하고 있다고 기사로 접했다. 이 때문에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또한 "현존하는 기술에 상상력을 덧붙였다. 영상에서 나오는 부분 중 개인이 보고 있는 것들을 저장하거나 눈에 약물을 주입하는 것 역시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화려한 볼거리 보단 생활 밀착형 SF
'SF8' 연출자들이 거듭 강조한 건 화려한 볼거리 보다는 생활과 인접한 과학 기술로 변화될 우리의 일상과 감정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때문에 허무맹랑한 과학 기술보다는 보다 밀접하고 근접한, 근 미래에 실현 가능한 부분들을 소재로 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증강 현실 연애 앱을 소재로 한 '증강 콩깍지'를 연출한 오기환 감독은 "이미 세종시에 전기굴절 버스가 다니고 있고, 불과 몇년 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이미 가까이에 다가왔는데, 우리가 느끼지 못한 부분도 있다"며 "'SF8'은 한국의 시선으로 SF를 들여다 본것"이라고 소개했다.
사주 앱을 맹신하는 사회를 배경으로 한 '만신'을 선보인 노덕 감독 역시 "체험형 SF가 아닌 감정적인 SF를 개인적으로 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며 "이 프로젝트를 재밌겠다고 생각한 포인트도 비주얼 쇼크가 아닌 일상적이고 편안하게 표현하면서도 개념적으로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새로운 SF의 등장을 전했다.
달라진 세상, 플랫폼의 경계도 사라졌다
'SF8'은 SF라는 장르 뿐 아니라 국내 콘텐츠 장르 다변화 및 OTT 플랫폼과 방송, 영화계의 경계를 허물고 콘텐츠의 질적 향상을 위해 사업자 간 유대감을 형성한 첫 작품이라는 의미가 있다.
민규동 감독은 "극장의 영화와는 관객과 만나는 방식이 달라서 독특한 경험이었다. 큰 사이즈가 아니기에 작은 장면을 찍었을 때 화면이 작아진 만큼 보여주고자 하는 고민이 달라지면서 다른 감각 세포가 깨어나는 경험을 했다. 특히 이야기 만드는 과정이 자유로워 감독님들의 연출 방향이 흔들리지 않은 채로 편하게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가능했던 것이 좋았다"고 밝혔다.
오기환 감독은 "올해가 영화와 드라마 간 제한 없는 영상이 시작되는 첫 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각 미디어의 특성에 맞게 영상이 제작될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생활로 들어온 SF, "앞으로도 붐은 계속 될 것"
감독들은 현재 영화계를 넘어 드라마 장르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는 SF 붐에 대해서도 각자의 생각을 밝혔다.
민규동 감독은 "대중들이 새로움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형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나조차도 창작자 입장에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 자체로부터 동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SF8'에서 게임 BJ를 소재로 한 '하얀 까마귀'를 선보인 장철수 감독은 "SF라는 장르는 새로운 이야기의 신대륙"이라며 "단순히 돈을 들이는 장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로 일상적으로 풀어내는 SF도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규동 감독은 "작은 영화도 많이 기획되고 있다"며 "무모하다고 비난받았지만 여기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제작사, 투자사의 신뢰와 믿음이 열려져 가고 있다. 이게 유행이 될 수도 있지만, 순도 높은 영화가 나올 수 있고 변주가 나올 수 있다. 그걸 지켜보는게 재밌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김수현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