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기록적 폭우로 큰 피해를 본 호남지역 지자체들이 섬진강댐 과다 방류 문제를 성토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매뉴얼대로 대응했다고 해명을 내놨지만, 집중호우 속 담수 욕심으로 댐 수위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섬진강댐이 있는 전북 임실군과 하류의 남원시, 순창군, 전남 곡성군, 구례군, 광양시 등 지자체장은 13일 '섬진강댐 하류 시군 공동 건의서'를 통해 댐 과다 방류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 단체장은 "기록적 폭우로 섬진강댐 하류 지역 주민들은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며 "평생을 살아온 집터는 거센 물살에 찢겨 아수라장이 됐고,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해 재산피해를 집계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수공 등 댐관리 기관의 수위조절 실패로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는 것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집중호우가 예보됐는데도 섬진강 수위가 최고 높아진 8일 오전에서야 최대치인 초당 1870t의 물을 긴급 방류했다"고 했다.
또 단체장들은 "이미 넘실대는 강에 댐의 최대치를 방류하면 본류 수위가 높아지고 역류로 이어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사실"이라며 "주민들은 울분을 토하는데 피해 원인을 폭우로만 돌리는 기관들의 입장은 큰 상처를 주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들 지자체는 섬진강댐 하류 6개 시·군의 특별재난지역 지정 및 댐 방류 등 수자원 관리에 대한 지자체 협의·참여의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환경부와 수공에 건의하기로 결정했다.
지역 정치권도 댐 관리 기관 규탄에 팔을 걷어부쳤다. 지난 11일 순창과 임실지역 지방의원 10명은 수공 섬진강댐지사를 항의 방문했다. 큰 비가 예보된 상황에서 최고 수위 전까지 방류를 하지 않은 이유 등을 물었다. 댐 수위 조절 실패로 남원시 금지면 제방이 무너져 막대한 침수 피해를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영일 전북도의원(순창)도 같은 날 수공 섬진강댐관리단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그는 "홍수 예방보다 물 이용에 초점을 맞춘 댐 관리가 피해를 키웠다"며 "기관 이기주의 때문에 주민 피해가 컸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지자체 성토에도 댐 관리 기관들은 매뉴얼대로 대응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엔 섬진강댐 방류에 따른 수해의 보상 방법을 문의하는 청원과 섬진강댐 방류 관련 진상 조사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청원이 잇따랐다. 각각 2200여명과 300여명이 동의했다.
'이번 구례홍수피해 사례'라는 청원을 올린 이는 "섬진강댐 수위조절을 잘못한 것에 대한 진상조사와 관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하고, 손해를 본 구례군민에게 수자원공사는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수공은 전날 설명회를 통해 "댐 방류량은 하류의 홍수 피해와 상류의 홍수 피해 및 댐 안전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조절하려면 기상청의 강우예보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강우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미리 알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환경부도 "이번 홍수 때는 비가 극한으로 온 데다가 기상청의 예상 강우량이 실제와 다르고, 또 장마가 끝나는 시점을 7월 말로 예보해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수공 측에 힘을 실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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