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티머스자산운용 전 임직원들이 2018년 펀드 관련 사기 혐의를 제기했지만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이 모두 묵살한 것으로 확인됐다. 5000억원대의 사기 사건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지만 관련 기관들이 방치해 대형 사건으로 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혁진 전 옵티머스운용 대표와 직원들은 펀드 관련 사기 혐의를 상세히 기술해 2017년 11월 금감원 자산운용감독실 자산운용인허가팀에 제보했다. 그해 12월에는 서울중앙지검에 김재현 옵티머스운용 대표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가경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도 했다.
김재현 대표와 분쟁끝에 회사를 나온 이혁진 전 대표 등은 고소장에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펀드 사기를 벌이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옵티머스운용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자금으로 우량채에 투자하는 펀드를 설정한 뒤 사모사채로 불법적으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사실을 적시했다.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5000억대 자금을 모아 부실 사모사채를 인수해 돈을 빼돌린 옵티머스 펀드 사기 유형과 똑같았다. 고소장에는 또 옵티머스운용 자체 자금으로 김 대표가 가지고 있던 코스닥 상장사인 코디 전환사채(CB), 부동산 개발업체인 더블라썸 사모사채를 편법으로 인수한 사실도 적시했다.
중앙지검은 이 사건을 강남서에 이첩했지만 이듬해 4월 사건을 '각하'(수사 요건 미충족)시켜 버렸다. 각하는 피의자가 사망하거나 고소 자체가 부실해 수사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을 때 내놓는 결론이다.
이어 전문적으로 이런 사건을 담당하는 금감원도 검경의 ‘각하’ 처분을 이유로 옵티머스 사기 혐의에 대한 기초적인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서 사모펀드의 감독 등을 담당하는 자산운용검사팀마저 옵티머스 펀드의 불법 운용 정황을 제보 받았지만 묵살했다.
옵티머스운용은 이후 증권사를 통해 계속 펀드를 판매했으며 결국 지난 6월 환매중단을 선언했다. 이후 김재현 대표 등 관련자들은 구속됐다. 안정적인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 것처럼 서류를 위조한 뒤 5000억원대 자금을 빼돌린 혐의다. 김 대표는 특히 펀드자금 가운데 약 240억원을 개인 계좌로 빼낸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