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투어 ‘2년차’ 콜린 모리카와(23·미국)가 메이저대회 PGA챔피언십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메이저대회 두 번째 출전 만에 이뤄낸 성과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TPC 하딩파크(파70·7229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모리카와는 이글 1개와 버디 4개를 기록했고 보기는 없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67타를 적어내 2위 그룹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총상금은 198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23억5000만원이다.
데뷔 13개월여 만에 메이저대회 우승을 포함해 3승을 챙긴 그는 세계랭킹에선 지난주보다 7계단 오른 5위에 자리하며 처음으로 ‘톱5’에 진입했다. 23세 이하에 PGA챔피언십을 제패한 이는 타이거 우즈(45·미국), 로리 매킬로이(31·북아일랜드), 잭 니클라우스(80·미국)에 이어 그가 네 번째다.
‘우즈’ 연상케 하는 클러치 능력
PGA챔피언십 우승컵은 한동안 ‘장타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지난 여덟 번의 대회 중 PGA투어 대표 장타자 브룩스 켑카(30·미국)와 매킬로이가 각각 2개의 트로피를 챙겼다. 마음만 먹으면 350야드를 넘게 치는 저스틴 토머스(27·미국), 제이슨 데이(33·호주)가 한 번씩 우승했다.대회가 열린 TPC 하딩파크는 7229야드로 비교적 거리가 짧았으나 여전히 장타자에게 유리한 곳이었다. 4라운드는 한때 공동 선두에 7명이 몰렸을 정도로 혼전이었다. 모리카와(드라이브 비거리 110위·296.3야드)보다 모두 멀리 치는 이들만 이름을 올렸다. 선두로 출발한 더스틴 존슨(36)과 ‘괴물 장타자’ 캐머런 챔프(25), 브라이슨 디섐보(27), 매슈 울프(21), 토니 피나우(31·이상 미국)까지 모두 투어 장타 순위 1위를 놓고 다투는 선수들이었다.
모리카와는 그들 사이에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를 연상하게 하는 ‘클러치 능력(결정적 순간을 이겨내는 퍼팅이나 샷)’으로 필드를 지배했다. 14번홀(파4)에서 샷 실수로 그린 앞에 떨어진 공을 칩샷으로 넣어 버디로 연결했고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이어진 대망의 16번홀. 294야드의 짧은 파4홀인 이 홀에서 모리카와는 승부수를 던졌다. 1온을 노린 것이다. 연습라운드는 물론 1~3라운드에서도 모두 끊어갔던 곳. 평소 샷 정확도에 자신감이 있었던 그는 “좋은 샷을 쳐보겠다”며 드라이버를 꺼내들었다. 페이드 회전이 걸린 공은 홀을 가리던 나무 왼쪽을 피해 날아가 홀 앞 2m에 멈춰 섰다. 베팅은 이글로 연결됐고, 그대로 우승 쐐기가 됐다.
‘차세대 황제’ 유력 후보로 우뚝
모리카와는 일본계 이민 4세대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중국인 피도 흐른다.명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그는 ‘확률 골프’를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PGA투어는 “모리카와는 미스샷 확률까지 계산해 가장 손해가 적은 쪽을 택한다”고 했다. 정신력도 차세대 황제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모리카와를 대학 때 지도한 코치는 “23세의 몸속에 50세의 정신력이 들어 있다”고 평했다.
그는 아마추어 시절 세계랭킹 1위에 오르기도 한 골프 유망주였다. 2019년 데뷔 후 22개 대회 연속 커트 통과라는 대기록(타이거 우즈의 25회에 이어 2위)을 세웠고, 준우승 두 번과 1승(바라쿠다챔피언십)을 거두긴 했지만, 임성재(22)에게 신인상을 내줘 빛이 바랬다. 지난 7월 워크데이 채리티오픈에서 투어 최강자로 군림한 토머스를 3차 연장에서 꺾고 우승하자 숨어 있던 ‘클래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두로 시작한 존슨은 2타를 줄이는 데 그쳐 폴 케이시(43·잉글랜드)와 공동 준우승을 거둔 데 만족해야 했다. 2015년 이 대회 우승자인 데이와 디섐보, 피나우 등 5명이 4위에 자리했다. 대회 3연패에 도전한 켑카는 4타를 잃고 3언더파 공동 29위로 밀렸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25)가 7언더파 공동 13위로 선전했다. 안병훈(29)은 홀인원을 기록하는 등 6타를 줄여 합계 4언더파 공동 22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