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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IT 인사이드] '반도체 제국' 인텔, 위기의 징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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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너제이로 가는 길을 아시나요?(Do you know the way to San Jose?)”

미국의 전설적인 여성 보컬이자 한국에선 휘트니 휴스턴의 사촌으로 유명한 디온 워릭이 1968년 발표한 곡이다. 새너제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지역이다. 지금은 미국에서 집값과 물가가 높기로 수위를 다투는 곳이지만 곡에선 대도시 로스앤젤레스(LA)와 대비되는 고향이자 안식처로 묘사된다. 스타가 되고 싶어 LA에 갔지만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돌아가야만 하는 곳이다.

공식적으로 실리콘밸리라는 지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상 북쪽의 샌프란시스코부터 남쪽의 새너제이에 이르는 지역을 뜻한다. 팰로앨토, 샌타클래라, 레드우드, 마운틴뷰 등을 따라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인텔 덕분에 이름 얻은 실리콘밸리
실리콘밸리의 시작은 대개 1939년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팩커드가 공동 창업한 휴렛팩커드(HP)를 꼽는다. 하지만 실리콘밸리란 명칭의 최대주주는 인텔이다. 데이비드 캐플런은 1999년 출간한 《실리콘밸리 스토리》에서 “인텔이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출시하고 기업공개를 했던 1971년, 실리콘밸리는 마침내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인텔을 비롯한 반도체 회사들이 이 근처에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반도체 원료인 실리콘이 지역을 뜻하는 고유명사가 됐다.

인텔은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고든 무어와 로버트 노이스, 앤디 그로브가 설립했다. 이 가운데 무어와 노이스는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 출신이다. 트랜지스터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윌리엄 쇼클리 박사가 수장을 맡은 곳이다. 쇼클리는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괴팍한 성격 탓에 불화가 많았다. ‘폭정’을 견디지 못한 무어, 노이스를 비롯한 8명의 연구원이 반기를 들고 1957년 연구소를 떠나 페어차일드반도체를 설립했다. 분개한 쇼클리는 이들을 ‘8인의 배신자’라고 불렀다.

1968년 무어와 노이스는 다시 회사를 떠나 두 사람 이름의 앞글자를 딴 ‘NM일렉트로닉스’를 차렸다. 이 회사의 정식 명칭은 ‘integrated electronics’, 줄여서 인텔(intel)이 됐다. 전 직장 동료였던 그로브까지 합류하면서 인텔의 역사가 시작됐다.

인텔은 창업 초기 저장용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했다. 1971년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4004를 내놓으면서 PC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이후 혁신적인 기술과 제품으로 지금까지 프로세서 시장의 절대자로 군림했다. 그랬던 인텔이 위기에 빠졌다. 여러 곳에서 징후가 나타났다.
주목받는 그로브의 '편집광' 기준
먼저 사업 다각화에 실패했다.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선 1등이지만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선 퀄컴, 삼성전자 등에 밀렸다. 성능 위주의 PC용 프로세서와 달리 스마트폰 AP는 성능과 전력 소모 두 가지를 모두 잡아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인텔은 AP 시장을 사실상 포기했다.

신뢰도 잃었다. 2018년 1월 인텔 프로세서에서 ‘스펙터’와 ‘멜트다운’이라 불리는 보안 결함이 발견됐다. “역대 최악의 CPU 결함”이란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신기술 확보도 뒤처졌다. 지난달 23일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7나노미터(㎚) 공정을 적용한 차세대 CPU의 양산이 2022년 말 이후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자인 AMD는 지난해 이미 7㎚ CPU를 출시했고 5㎚ 기술을 연구 중이다. 주당 60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이날 이후 1주일간 20% 가까이 빠졌다.

인텔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앤디 그로브는 1999년 출판한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한국판: 승자의 법칙)》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전략적 변곡점’이라고 불렀다. 그가 말하는 편집광은 외부 변화에 초긴장 상태로 경계하는 사람이나 기업이다. 편집광이 되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하는 데 실패해 하루아침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텔의 위기와 극복 과정을 예시로 들어 설명한다. 인텔이 이번 위기도 극복할 수 있을까.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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