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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귤 까기 김복희(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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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잣말을 많이 하는 사람은 혼자 있는
법이 없다

귤 깠다

생각하고 존재하고 그러느라
조금 바빴다
바쁘게 귤껍질 속에 감금된 귤 알맹이를
꺼낸다 쪼갠다

안심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겠다
네가 웃기만 해서 말은 내가 한다
힘내야지, 힘낼게,
바쁘게 내 입으로 귤을 넣어주는
손가락을 살짝 물었다가 놓아준다

시집 《희망은 사랑을 한다》(문학동네) 中

상대방을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은 귤을 까는 순간에도 존재합니다. 오직 상대방만을 생각하느라 귤껍질 속에 있는 귤 알맹이를 쪼개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어서 귤껍질 속에 감금된 귤 알맹이처럼 속마음을 꺼내 쪼개어 가질 수밖에! 웃으며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 보는 건 어떨까요. ‘힘내야지, 힘낼게’ 라고요. ‘그럼에도 잘 살아볼게’ 라고 하는 것 같지 않나요?

이서하 시인(2016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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