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7·10대책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민간임대사업자들에 대한 구제책을 내놨다. 의무임대기간의 절반만 채우면 중도에 포기하더라도 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를 하지 않고 거주 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도 적용해주기로 했다. 다주택자들의 퇴로를 열어 매물을 늘려 시장에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는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른 임대주택 세제지원 보완조치'를 발표했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민간임대주택특별법 일부개정안'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기존 민간 임대사업자들로부터 '소급 적용'이라는 반발이 제기되자 정부가 사업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보완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는 민간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때 적극적으로 권장했지만, 7·10대책으로 민간임대사업자 제도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다주택자에 대한 납세부담은 크게 높이겠다고 발표하면서 임대사업자들이 반발했다. 그동안 받아왔던 세제혜택을 도로 내놓고 일반 다주택자로서 납세해야 하는 우려에서다.
이번 보완조치에 따라 7·10대책으로 폐지한 단기 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 매입임대(8년)에 대해서 임대등록기간에 받은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법인세 및 임대주택 보유에 대한 종부세 세제 혜택을 유지해주기로 했다.
민간 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돼 왔던 ▲ 임대 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시 필요경비 우대 ▲ 등록임대주택 중 소형주택에 대한 소득세·법인세 감면 ▲ 등록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비과세 등 세제 혜택을 '임대등록일부터 자진·자동 등록 말소일'까지는 유지해주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의무 임대기간을 채우기 전 다주택 해소를 위한 주택 매각으로 자진해서 등록을 말소하거나 의무기간이 만료돼 자동 등록 말소되는 경우에도 구제해주기로 했다.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기임대주택이 4년으로 말소돼 5년 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나 장기 임대주택이 임대등록일과 사업자등록일이 달라 8년 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문제로 제기됐었지만, 이 또한 이번 조치로 구제 대상이 된다.
"의무 임대기간 절반만 채워도 혜택준다"
정부는 다주택자가 5년간 임대를 유지하면 거주 주택 양도소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용해 왔다. 그러다가 4년 임대가 폐지되면서 세제 혜택은 커녕 다주택 중과를 받는 경우가 생길 것이란 불만이 나왔다. 기존 4년 단기임대 사업자들은 임대 의무기간이 끝나면 등록이 자동 말소돼 5년 임대 기간을 채울 수 없게 되서다.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등록이 말소돼 재등록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부세, 양도세 등을 추징하지 않는다.정부는 임대사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매각하더라도 의무 임대기간의 절반 이상을 채웠다면, 다주택자에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중과(현재 10∼20%p)가 적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다주택자의 빠른 주택 처분을 장려하려는 취지에서다. 다주택자가 집을 팔고 싶어도 등록 임대주택의 의무임대기간 요건이 있어서 정작 집을 팔 수 없는 부분을 해소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자진·자동 등록말소로 인해 의무임대기간을 충족하지 않고 임대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또는 법인세 추가 과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 자진 말소의 경우 임대주택 등록 말소 후 1년 이내에 집을 파는 경우에만 양도세 중과를 배제해준다. 그동안은 단기는 5년, 장기는 8년에 해당하는 의무임대기간을 채워야만 임대주택에 대해서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중과세율(2주택자 +10%포인트, 3주택 이상자 +20%포인트) 및 법인세 추가세율(+10%포인트) 적용을 제외해줬다.
현행 제도는 단기는 5년, 장기는 8년에 해당하는 의무임대기간을 채워야만 임대사업자의 거주주택 매각 시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적용해줬다. 그러나 자진·자동 등록말소로 인해 의무임대기간을 채우지 않았더라도 임대사업자가 거주하던 주택을 임대주택 등록말소 후 5년 이내에 팔 경우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미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아 거주 주택을 처분한 뒤 임대 주택이 자진·자동 등록말소되는 경우에도 양도세를 추징하지 않기로 했다.
한편 정부는 이 같은 기존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적 배려대상은 7월10일까지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폐지되는 '단기민간임대주택(4년)'이나 '아파트 장기일반매입임대주택' 유형에 대해 7월 11일 이후 가입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같은 세제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원래 단기임대주택 유형이었다가 7월11일 이후 장기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람도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7월 11일 이후로는 모든 임대사업자가 똑같이 임대료 인상 상한선 5%를 적용받고, 혜택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보완조치를 입법예고, 국무회의, 차관회의 등을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소득세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