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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검찰 신뢰 회복, 일관성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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읍참마속(泣斬馬謖). ‘울면서 마속의 목을 벤다’는 얘기다. 삼국지의 제갈량이 위나라 정벌에 나서면서 전략적 요충지 가정(街亭)을 지킬 장수를 선발하는데, 젊은 장수 마속이 자청하며 만약 실패하면 목을 내놓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마속은 제갈량이 일러준 전략을 무시해 결국 대패하게 된다. 제갈량은 친자식처럼 여기던 마속이지만 눈물을 머금고 그를 참해야 했다. 원칙을 지킴으로써 군사들의 신뢰를 얻어야 했기 때문이다.

원칙은 일관성 있게 적용되고 지켜져야 한다. 원칙과 기준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일관성이 흔들린다면 신뢰는 깨질 수밖에 없다. 최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에서 채널A 기자에 대해선 ‘수사 계속’과 ‘기소’ 의견을,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선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권고한 것을 두고, 수사심의위를 만든 여권이 오히려 이 제도에 대해 맹공을 퍼붓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익에 따라 제도를 활용해온 단견이 부른 자승자박이라는 자기반성도 나온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있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우선 검찰청에 설치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시민 중 무작위 추첨으로 15명을 선정해 부의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여기서 수사심의위 소집여부를 결정한다.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소집을 결정하면 검찰총장은 수사심의위를 소집해야 한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 전문가 150명 이상 250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현재 활동 중인 200여 명의 수사심의위원은 대부분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한 15명의 위원으로 현안위원회가 개최되고, 이 현안위에서 기소 여부 등에 대한 권고를 결정하는 것이다.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위원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된 부의심의위가 수사심의위 개최 여부를 결정하고, 또 200여 명이 넘는 위원 중 추첨을 통해 선발된 15명의 현안위원회가 기소 여부 권고 등을 결정하는 복잡한 시스템이 수사심의제도인 것이다. 이를 아는 국민이라면 검찰총장의 입김 때문에 공정성과 투명성이 의심된다는 여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수사심의위는 현 정부 출범 후 검찰 스스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2018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총 여덟 번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있었고 검찰은 모두 그 결정을 수용했다. 최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 합병·승계 의혹에 대해 수사심의위가 수사중단과 불기소 결정을 했다. 그동안 수사심의제도를 선진적이고 민주적인 검찰권 통제장치라고 치켜세우던 여권의 분위기대로라면 당연히 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검찰이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를 의식하는 듯 좌고우면하는 모습이다. 수사심의위 제도 자체에 대한 흠집 내기를 통해 심의위의 결정을 평가절하하기에도 바쁘다.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시민위원회에서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수사심의위가 심의하도록 요청했고,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된 수사심의위원 13명 중 10명이 이 부회장 사건의 수사중단과 불기소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정 과정에 마치 문제가 있는 것처럼 유언비어를 생산하는 것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자신들이 원하는 결정을 내리면 환호하고 원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면 공정성과 투명성을 공격하는 행태는 비겁하다.

이럴 때일수록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은 일관성 있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다. 지금껏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수용했던 것처럼 이 부회장 사건과 검언유착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검찰의 신뢰회복은 정권의 입김이나 검찰조직의 유불리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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