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페론은 아토피 신약 후보물질 누겔의 임상 2상 시험을 위해 환자 모집을 시작했다고 4일 밝혔다.
샤페론은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유효성 및 내약성을 확인하는 임상 2상을 승인받았다. 지난주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서울대병원, 분당 서울대병원,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등 3개 병원과 개시 모임을 진행했다.
임상 2상은 총 75명의 경증 및 중증 아토피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 이중 눈가림, 위약 대조 방식으로 진행된다.
누겔은 면역세포와 피부세포에 존재하는 염증복합체 활성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아토피 환자의 피부 염증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염증복합체는 다양한 급만성 염증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최근 급부상하는 신약개발 표적 단백질이다.
세계 최초 염증복합체 억제제 신약후보물질
샤페론은 세계 최초의 염증복합체 억제제 신약후보물질 누겔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샤페론은 경쟁사들이 표적하는 단백질들을 상위에서 조절하는 특정 'GPCR' 수용체가 염증복합체의 활성화에 필수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GPCR의 활성을 약물로 조절해 경쟁사들이 표적해온 단백질들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했다는 설명이다.
GPCR은 사람 간 차이가 적다. 또 이를 억제하면 다양한 우회 경로를 동시에 제어할 수 있어 다양한 피부 염증을 동시에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샤페론은 아토피 피부염의 임상 2상 진입 이외에도 패혈증 치료제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유럽의약품청(EMA)에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폐렴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 2상 시험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염증복합체를 표적으로 하는 치매 치료제와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도 안전성 및 유효성 험을 종료하고 최적의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아토피 치료제 시장, 2024년 8조원 예상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아토피 치료제 시장은 2016년 기준 5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24년에는 8조원 규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현재까지 아토피 치료 목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화합물 신약인 유크리사와 항체치료제인 듀픽센트뿐이다. 이밖에 'JAK' 억제제가 품목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누겔은 동물 실험에서 유크리사보다 우수한 효능과 JAK 억제제보다 우수한 안전성 자료를 확보했다. 듀픽센트를 사용했음에도 호전되지 않는 아토피 환자들과 반복적인 듀픽센트 주사에 치료 효과가 떨어지는 환자들 또한 누겔의 환자군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유크리사는 2016년에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 화이자가 개발사인 아나코어를 임상 3상 단계에서 5조원에 인수했다.
샤폐론에 따르면 2020년 염증 치료제 시장은 100조원 규모다. 스테로이드 소염제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NSAID), 항체 치료제 등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관절염, 천식, 아토피, 만성 폐쇄성 폐질환, 지방성 간염, 건선, 염증성 장질환 등의 환자들을 위한 처방약이 주를 이룬다.
스테로이드와 NSAID 대체할 염증치료제 절실
염증 치료제 시장은 연간 5.6%씩 성장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 치료제보다 효능이 좋고 부작용이 적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급성기 아토피 환자에 우수한 염증억제 효과가 있지만, 장기간 사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난다. 이를 감안하면 환자들에게는 누겔이 또 하나의 치료대안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NSAID는 스테로이드 만큼의 염증억제 효과를 보이지 못하지마, 좀 더 오래 쓸 수 있다. 심혈관계 부작용도 있다. 때문에 다양한 염증성 질환으로 인해 고생하는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 없이 장기간 처방이 가능한 염증 치료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NSAID 계열의 염증치료제들은 한 개 표적 물질과 결합해 염증을 억제하기 때문에 다양한 염증 경로를 동시에 차단하는 것이 어렵다.
스테로이드계열의 약물들은 스테로이드 수용체인 'GR'과 결합해 다양한 염증 매개 인자들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다양한 염증 경로를 동시에 제어해 NSAID보다 광범위한 염증 경로의 동시 조절이 가능하다.
그러나 염증 경로뿐만 아니라 생체의 대사에 관련된 물질들의 활성도 교란하기 때문에 많은 부작용을 보인다.
샤페론이 보유하고 있는 신약후보물질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염증 복합체의 가장 상위 조절 단백질인 특정 GPCR과 결합한다. 염증복합체의 활성 조절과 동시에 후성 유전학적 조절 및 염증 억제 세포의 증폭으로 스테로이드처럼 광범위한 염증 경로를 동시에 차단한다.
스테로이드 수용체와는 다르게 대사에 관련된 물질들의 활성은 교란하지 않는다. 샤페론은 비임상과 임상 1상 연구에서 우수한 안전성을 관찰했다.
샤페론은 스테로이드 및 NSAID와는 차별화되는 새로운 약물군으로서 특정 GPCR과 결합해 항염증 효과를 보이는 신약들을 'NCAID(non-classical anti-inflammatory drugs)'라 명명했다. 유효성이 개선된 새로운 합성 신약인 2세대 NCAID들을 네덜란드 제약사와 협약을 맺고 공동 개발하고 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