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라면 달러 가치가 하락 중인데도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자산 매입에 열광할 것으로 생각합니까. 우린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마이클 슈마허 미국 웰스파고증권 거시 전략 총괄이 지난달 2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그를 비롯한 글로벌 거시경제 전문가 다수는 최근 금융시장에 새로운 위협의 부상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통화’ 달러의 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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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가치 하락이 두드러지자 비관론자들은 섬뜩한 경고를 내놓고 있습니다. 예일대 교수로 재직 중인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은 지난 6월부터 “달러 가치가 앞으로 2년에 걸쳐 주요 통화대비 35% 폭락할 것”이란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달러 가치 급락의 가장 큰 위험은 미 정부 지출의 원천인 국채 발행 부담을 키우는 일입니다. 지난달 31일 피치는 미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했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에 이어 미국의 빚 상환능력 악화를 공표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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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트레이더들은 난생 처음으로 세계 최대 국채시장이 ‘마비’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이는 상황을 숨죽여 지켜봤다고 전합니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주춧돌’이 흔들릴 수 있다는 두려움은 미 정부와 중앙은행(Fed)의 전례없는 통화 공급 조치를 유발했고, 며칠이 지난 뒤에야 잦아들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달러 약세가 심해지면 이런 통화 팽창 정책조차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수입 물가 상승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달러 가치의 상대적 약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태도가 돌변한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지난 5월 14일 “지금은 강한 달러(strong dollar)를 가져가기에 아주 좋은 시기”라며 코로나19와 전쟁 중 달러의 강세가 유지되길 희망하는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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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미 상무부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32.9%(전 분기 대비 연율 환산)를 나타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최악의 기록입니다. 그럼에도 안전자산으로서 미 국채 가치는 아직까지 단단해 보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매수에 힘입어 10년물 기준 채권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금리는 지난 3월 연 1% 밑으로 내려온 뒤 최근 연 0.5%대까지 떨어졌습니다.
가계 저축 등 내부자본이 부족한 미 경제가 굴러가려면 국채를 외국에 팔아 재정적자를 메우는 작업을 지속해야 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조달러를 쏟아붓고도 건재했던 달러와 미 국채시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계속 ‘강한’ 면모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