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부터 실업급여(구직급여) 반복 수급을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고용대란이 벌어진 와중에도 취업과 고의 실업을 오가며 실업급여를 빼먹는 ‘얌체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지 6월 17일자 A1, 3면 참조
2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한국노동연구원에 ‘실업급여 반복 수급 제도 개선 방안’의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오는 12월 연구 결과를 제출받아 이르면 내년부터 반복 수급 제한 등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가 실업급여 반복 수급과 관련해 연구용역을 주문한 것은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실업급여는 정부가 평소에 근로자와 회사에서 받아놓은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해 실직자의 최소한 생계를 보장하고 구직활동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다. 실직 전 6개월(주휴일 포함 180일) 동안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계약해지 등 원하지 않는 실직을 했을 경우 최소 4개월(120일)간 하루 6만120원이 지급된다.
올 들어 4월까지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 가운데 직전 3년간 3회 이상 수령한 사람은 2만942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2759억원, 1인당 1320만원꼴이다.
고용기금은 바닥…실업급여 '얌체족' 늘어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많아…지급액 매달 최고치 경신
실업급여 반복수급자가 적잖게 생겨난 것은 기본적으로 청년 취업난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관련 제도를 바꿔 지난해 10월부터는 실업급여로 받는 돈이 최저임금보다 많아진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많아…지급액 매달 최고치 경신
하루 8시간씩 주 5일을 일하는 근로자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은 주휴수당을 포함해 179만5310원(209시간 기준)이다. 이에 비해 실업급여 최소 수급액은 월 181만원이다. 굳이 일을 하기보다 적당히 일하면서 해고 통보를 받아 실업급여를 받는 게 낫다는 얘기가 나오고, 정부가 이를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부는 이 같은 지적에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시장 사정 악화를 이유로 개선 방안 마련을 장기과제로 돌렸다. 하지만 최근 발표한 6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신규 채용이 증가세로 반전하는 등 노동시장이 개선 조짐을 보이자 제도 개선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바닥을 보이는 고용보험기금 사정도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6월 1조1103억원에 달하는 등 매달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어 정부가 3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3조4000억원을 긴급 수혈하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고의적인 실업급여 반복수급 방지를 위해 2010년부터 2020년 5월까지 구직급여 수급자 현황을 전수조사할 방침이다. 우선 반복수급이 주로 어떤 연령대와 직종 등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세부 현황을 분석하기로 했다. 또 반복수급 원인이 계절적 요인 또는 산업구조적 요인인지, 개인의 행태에 의한 것인지 조사해 분류하기로 했다. 해당 기간 실업급여 반복수급자에 대해서는 지난 20년간의 수급 횟수, 해당연도 수급액, 정부 재정이 투입되는 직접일자리 참여 여부 등도 파악할 방침이다.
홍석준 미래통합당 의원은 “실업급여 수급자의 재취업률은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상습적인 수급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고용창출 노력도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도덕적 해이 방지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