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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가 국제 신용평가사 공개 '저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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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용평가사가 국제 신용평가사 공개 '저격'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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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월 03일(07:27)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김은정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올 상반기 신용평가업계의 최대 이슈도 단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상당수 산업의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각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 매출 급감과 수익성 악화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탓이죠.

실제 신용등급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부정적 등급전망을 부여 받아 신용도가 위태로워진 기업들도 잇따랐습니다. 상대적으로 증권사들은 조용했습니다. 증권업계에 코로나19 외에도 다양한 이슈가 불거졌지만 결론적으로 신용등급까지 뒤흔든 사례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나이스신용평가가 공개적으로 속내를 밝혀 눈길을 끕니다. "신용등급 조정은 없었지만 치열한 내부 검토와 분석이 이뤄졌던 산업이 바로 증권업"이라는 게 핵심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상반기 중 증권사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을 단행하지 않았습니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코로나19 이후 수익성과 유동성이 크게 악화돼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커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부 차원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이 이뤄졌고,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추진했습니다.

최근 수년간 추진돼 온 금융당국의 증권사 대형화 정책의 결과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의 총자산과 자기자본 규모는 하위권 시중은행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대형 증권사의 유동성이 나빠질 경우 경제 시스템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이 때문인지 정부의 지원은 과거 금융위기 때 은행권에 제공됐던 수준으로 대규모였고,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났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각국 중앙은행의 천문학적인 유동성 공급에 힘입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빠르게 회복됐고요. 이에 힘입어 올 1분기 악화된 증권사의 실적은 2분기에는 반등했습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증권사에 대해선 섣불리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았다. 좀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최종적인 판단을 유보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해 현재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이 결코 안정적이진 않다는 겁니다.

실물경기 침체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증권업도 이런 환경에서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정황상 신용등급 하방 압력이 크지만 신용등급 하향 조정으로 이어지려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판단인 겁니다.

모든 산업이 마찬가지지만 증권업은 신용평가사들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고민을 주는 산업입니다. 증권업은 금융업권 중 가장 실적 변동성이 큽니다. 예컨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신용평가사들은 증권사의 단기 실적 변동과 함께 중장기 전망까지 종합적으로 감안해 신용등급을 결정해야 하거든요.

이 과정에서 조기에 판단을 내린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 조정을 단행했고, 좀 더 결정적인 확신이 필요하다고 여긴 신용평가사는 조정을 유보하기도 했습니다.

이 본부장은 "시시각각 발생하는 변화를 반영해 수시로 신용등급을 조정하면 투자자들의 투자 의사결정에 활용되기 어려울 수 있다. 신용등급이 조정된 후 낮아진 신용등급으로 인해 영업활동이 더욱 위축되면, 다시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신용등급의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나이스신용평가는 일시적인 실적 변동보다 중장기적 변화에 초점을 두고 증권사의 신용등급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처럼 이례적인 대형 변수는 사업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말입니다.

IB업계에선 이같은 나이스신용평가의 지적이 국제 신용평가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무디스는 유효 신용등급을 갖고 있는 7개 증권사 모두를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올렸다가 3개월 후 4개사의 등급전망을 안정적으로 복원시켰거든요. 나머지 2개사의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매기고, 1개사는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그대로 올려 놨습니다.

이에 비해 또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유효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4개 증권사 중 1개사에 대해서만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습니다.

무디스가 증권사의 신용도를 번복하는 사이, 금융시장과 투자자 모두는 혼란을 겪었고요. 무디스는 코로나19가 증권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단정적으로 판단했지만 S&P는 신용위험이 부각된 일부 증권사에 대해서만 등급전망을 조정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야기된 증권업의 급격한 사업 환경 변화가 신용평가사들에도 큰 고민을 주고 있는 듯 합니다. (끝)/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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