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정식 출범하는 5기 방송통신위원회가 진용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정치인들 중심으로 방통위가 꾸려지면서 '정치인들의 놀이터'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지난 30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추천한 김현 전 민주당 의원, 미래통합당이 야당 몫으로 추천한 김효재 전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의원을 방통위원에 의결했다.
31일 임기 종료 예정이었던 한상혁 위원장은 앞서 지난 20일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며 연임에 성공했다.
5기 방통위는 변호사 출신 미디어 전문가인 한 위원장과 정치인 출신의 김현·김효재·안형환 위원, 언론인 출신의 김창룡 위원 체제로 출범하게 됐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추천안 재가만 앞두고 있다.
이해찬 측근과 MB맨의 방통위 입성
통합당은 지난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6월 공개모집을 통해 17명이 (상임위원) 후보자로 지원했고, 27일 최종면접을 통해 김효재 전 의원을 추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민주당은 앞선 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현 전 의원을 차기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로 결정한 바 있다. 김현 전 의원은 방통위원 낙점 전에 이미 탈당계를 제출해 정치권에선 이미 내정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현행법상 당적을 가지면 방통위원을 겸직할 수 없다.
이로써 5기 방통위 상임위원 인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방통위가 전직 의원들의 '영전 장소'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대변인 출신인 김현 전 의원은 지난 4·15 총선 당시 민주당 예비 경선에 탈락해 갈 곳을 잃은 상황이었고 MB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인 김효재 전 의원 역시 2017년 바른정당을 탈당한 이후 야인 생활을 해왔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대처할지 답답"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이 같은 방통위 구성과 관련해 "절망적"이라고 비판했다.민언련은 지난 29일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공모절차를 외면하고 일찍부터 내정설이 돌더니, 이변 없이 21대 총선 경선에서 탈락한 당 대변인 출신 김현 전 의원을 방통위원으로 추천했다"며 "통합당이 고르고 골라 내놓은 김효재 전 의원은 이른바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돼 2012년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다음 해 특사로 사면된 부패 정치인 출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에게 최소한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큰 꿈인가"라며 "전문성은 차치하고 방송통신위원을 전직 국회의원들의 놀이터쯤으로 여기는 '정치적 후견주의'부터 벗어나야 될 판"이라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또 "거대양당은 또다시 자신들의 권한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방송통신위원 정당 추천제의 파행적 운영에 대한 각 정당의 책임을 묻기 위해 문 대통령이라도 신임 방송통신위원들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