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회 검찰 등 대한민국 심장부에서 최근 매일 벌어지는 혼돈과 폭주는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검사 난투극, 날치기 입법, 감사원장 때리기, 청문회 무력화, 외국 정상의 항의 전화 등 비정상적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나왔다. 적법 절차는 물론이고 오랜 국정운영 관행도 깡그리 무시한 집권세력의 폭주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고 두려울 지경이다.
언급하기도 숨찰 만큼 잇따르는 사건의 면면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그제 상임위에서 ‘임대차 3법’과 ‘공수처 후속 3법’을 단독 처리했다. 공수처 출범도 전에 후속 입법을 날치기하는 데 불과 18분 걸렸다. 하루 전에는 부동산 법안 11개를 통과시켰다. 그 과정에서 국회법이 정한 법안심사 절차는 깡그리 무시하고 야당은 ‘패싱’했다. 보름 전 ‘1호 당론 법안’으로 발의한 ‘일하는 국회법’에서 복수 소위원회 설치 의무화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자기부정이다. 그러고도 야당 탓을 늘어놓으며 당당하니, 그 ‘후흑(厚黑)’의 경지가 놀랍다.
폭주 국정에서는 최소한의 품격도 찾아볼 수 없다. 여당은 감사원장을 국회로 불러 3시간 넘게 호통치며 사퇴를 종용했다. 임명 때는 ‘미담 제조기’라더니, 원하는 원전감사 결과를 안 내놓는다며 ‘탄핵’까지 거론했다. “우리 총장님”이라던 윤석열 검찰총장에 이어 독립적 헌법기관인 감사원장에 대한 노골적인 사퇴 압박은 국가 근간을 흔드는 만행이다. 압수수색 영장 집행과정에서 벌어진 검찰 고위 간부들의 난투극은 ‘법치 타락’의 끝판을 보여줬다. 사법절차의 엄정함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고위 검사들의 막장드라마급 육탄전은 권력 상층부의 도덕적 파탄을 보여주는 방증일 것이다. 이런 법치 추락의 이면에는 검찰의 권력 감시를 원천봉쇄하는 무리한 조치를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는 법무장관이 자리하고 있다.
3040세대가 ‘부동산 정치’를 항의하며 거리로 나와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장관과 여당지도부는 ‘전 정부 탓’이라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분노를 증폭시킨다. 청와대의 독선도 점입가경이다. 인사청문회에서 수많은 의혹이 제기된 이들을 속전속결로 임명하며 청문회를 무력화시켰다. 그토록 강조하던 협치는 협박에 불과했다는 말인가. 그 와중에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 외교관의 성추행 문제를 따지는 민망한 일도 벌어졌다. 인권과 국격의 실종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이 모든 일이 민주화운동 경력을 훈장처럼 앞세우는 집권세력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이 유권자를 대표하는 정치다. 여당이 국민 의사를 무시한 채 청와대를 대변하고, 청와대는 열성 지지층만 떠받드는 비정상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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