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강남·북을 가리지 않고 주요 단지에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면서 57주 연속 올랐다.
23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7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의 주간 아파트 전셋값은 0.14% 올랐다. 전주(0.12%)보다 오름폭을 키우며 5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는 지난주(0.12%)보다 상승폭이 커진 것이면서 주간 기준으로 올해 1월 6일 조사 이후 7개월여만에 최대 상승한 것이다. 전국 전셋값은 0.17% 올랐고 수도권(0.18%)과 지방(0.15%) 모두 상승했다.
임대차 3법 시행을 앞두고 서울은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폭등하는 중이다. 전세 품귀현상을 겪고 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전셋값은 이번주 0.23% 뛰었다. 새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신축 입주가 진행되고 있는 강동구(0.28%)가 고덕·강일·상일동 위주로 매물 부족 현상을 보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강남구(0.24%)는 개포·대치동 구축 단지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단지 위주로 상승폭을 키워나가는 중이다. 송파구(0.22%)는 잠실동 인기 단지나 문정동 구축 아파트 위주로 값이 뛰었다. 3000가구 규모의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가 이사에 나서면서 이주 수요가 높아진 서초구(0.18%)는 잠원·우면동 위주로 상승했다.
최근 들어 강남권 전세가는 마포 신축 아파트 매매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오르는 모양새다. 서초구 잠원동 ‘래미안신반포팰리스’ 전용 84㎡의 전세가 최근 16억원에 계약을 마쳤다. 지난 5월 13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2개월 만에 2억5000만원 오른 것이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2단지’ 전용 91㎡은 지난 25일 17억원에 새 세입자를 찾았다. 전달 보증금 15억4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약 한달새 1억6000만원 급등했다.
강북에선 성동구(0.21%), 마포구(0.20%), 광진구(0.12%) 등의 지역에서 전셋값이 상승하고 있다. 마포구 용강동 ‘래미안마포리버웰’ 전용 84m²의 전세 호가는 최근 10억 원으로 뛰었다. 이달 초 실거래 가격이 8억 원이었는데 2주 사이 2억 원이나 뛰었다. 성동구 금호동 서울숲2차푸르지오 전용 84m²의 전세도 이달 10일 8억5000만 원에 실거래됐지만 현재 10억 원에 나와 있다. 광진구 광장동 ‘광장힐스테이트’ 전용 84m²의 전세는 지난달 10억 원에 실거래된 데에 이어 현재 11억∼11억5000만 원에 나와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 전셋값이 더욱 불안해질 조짐인데, 정부 규제가 전세 공급도 줄이는 효과를 더했다는 지적이다. 감정원 관계자는 “실거주 요건 강화·임대차 법안 추진·저금리 등으로 매물 부족에 따른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학군 양호하거나 접근성 좋은 역세권 단지, 정비사업 이주수요가 있는 지역 위주로 상승폭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0.04% 올랐다. 8주 연속 상승했지만 오름폭은 전주(0.06%)보다 다소 꺾였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0.13% 올랐고 수도권과 지방도 전주 대비 각각 0.12%, 0.14% 올랐다.
강남지역들의 매매가격 지수는 상승세가 다소 줄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동이 있는 송파구(0.02%)는 잠실·방이동 재건축 위주로 오르긴 했지만, 재산세 부담 우려 등으로 매도 문의가 나오며 상승폭이 축소됐다. 강남구(0.06%→0.02%)와 서초구(0.06%→0.02%)도 오름폭이 줄었다.
강북에선 저가 단지 위주로 일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상승폭은 줄었다. 도봉(0.06%)·노원구(0.06%)는 중저가단지 위주로, 마포구(0.05%)는 도화·공덕동 위주로 오르는 중이다. 또 용산구(0.05%)는 이촌동 위주로, 은평구(0.04%)는 서부선 호재 있는 응암·불광동 위주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감정원 측은 “담보·전세대출 제한 등 6·17 대책 후속조치가 시행됐고 7·10 보완대책에 이은 7·22 세법개정안 발표 등으로 매매시장이 위축되고 관망세 보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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