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승부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조기 개발’을 띄웠다. 코로나19 때문에 잃은 인기를 빠른 백신 개발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모리스빌에 있는 일본 후지필름 자회사인 ‘후지필름 다이오신스 바이오테크놀로지스’ 공장을 방문해 “백신 개발과 관련해 긍정적인 소식을 들었다”며 “연말까지 매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은 미 제약회사 노바백스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1차 생산에 들어간 곳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 바이오기업) 모더나의 백신이 임상 3상에 들어갔다”며 “노바백스 백신을 포함해 다른 네 개의 유망 백신 후보도 몇 주 내에 최종 임상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이날 모더나 임상시험에 참여한 플로리다주의 한 대학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백신 개발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 사격했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올 11월 3일 대선까지 남은 100일가량 트럼프의 핵심 메시지는 백신과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코로나19를 별것 아닌 것처럼 얘기하며 경제 재개를 서둘렀지만, 여론이 악화되자 ‘백신과 치료제에 주력하라’는 참모진 및 공화당 지도부의 조언을 수용해 방향을 선회했다는 것이다.
AP통신은 백악관 관리들이 코로나19 백신이 ‘10월의 서프라이즈’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코로나19 백신이 대선 전에 나오면 판세를 뒤바꿀 ‘빅 이벤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P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백신 개발과 배포의 동시 추진이 트럼프에게 ‘정치적 홈런’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미 제약회사들도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이날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한 대규모 임상 3상 시험에 들어갔다. 특히 화이자는 “임상에 성공하면 이르면 10월 보건당국의 승인을 거쳐 연말까지 5000만 명 분량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임상 3상에 성공하면 시판이 가능하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도 미 CNBC에 출연해 백신 임상 3상과 관련해 “이르면 오는 10월, 혹은 11월까지는 완전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백신 개발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초고속 작전팀’을 가동, 동시다발적으로 백신 개발을 지원해왔다. 이를 통해 내년 1월까지 미국 인구 3억 명이 맞을 수 있는 백신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모더나와 화이자도 트럼프 행정부의 지원을 받았고, 백신을 생산하면 미국에 우선 공급하기로 계약했다. 하지만 효능과 안전성이 보장돼야 하는 백신 특성상 연말까지 믿을 만한 백신이 나오긴 어렵다는 회의론도 여전하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