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비효율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몰에 집중한 LF는 불황에도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2000년(당시 패션엘지닷컴) 시작한 LF몰은 매년 30~50% 성장하며 지난해 연매출 5500억원(증권가 추정치)을 돌파했다. 올해는 6000억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전략을 짠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2분기 영업이익이 90% 급감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전략 갈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37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4% 줄었다. 영업이익(10억원)은 90% 급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도 컸지만 고정비가 많이 들어가는 오프라인 매장 위주의 경영이 이익 감소로 이어진 것이란 분석이다.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패션 온라인몰이 급성장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미국 스포츠 브랜드 ‘브룩스러닝’, 의류 매장과 카페를 결합한 ‘메종키츠네’ 등 체험형 매장을 확대했다. 젊은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지만 젊은층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더 많이 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최근 전략 수정에 나섰다. 오프라인 매장을 정리하고, 온라인 판매 채널을 강화하기로 했다. ‘빈폴액세서리’ 백화점 매장 50여곳을 접고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바꾸기로 했다. ‘빈폴스포츠’는 내년부터 접기로 하는 등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LF와 신세계인터내셔널도 코로나19 타격으로 패션 부문 실적이 저조하다.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보다는 선방했다. 증권업계는 LF의 2분기 영업이익은 약 25%,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약 30%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LF몰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패션몰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자사 브랜드만 고집하지 않고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켜 종합쇼핑몰로 자리잡은 전략이 통했다. 한정수량 제품을 할인 판매하는 '타임특가', LF를 한글로 쓴 ‘냐’ 광고 등 1020세대를 집중 공략한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불황 타개 전략은 화장품이다. 영업이익률이 높은 화장품 사업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면서 패션 쪽에서의 손실을 만회했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비디비치’, ‘연작’을 대형 브랜드로 키운데 이어 최근 국내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해외 명품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퍼펙션’을 인수하는 등 화장품 사업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협업하는 이랜드·틈새 노리는 F&F
이랜드그룹은 협업 전략을 내세웠다. 자체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스파오’ 안에 10여명의 ‘콜라보(협업) 전담팀’을 만들었다. 이 팀의 주도로 해리포터, 토이스토리, 겨울왕국, 세일러문, 드래곤볼 같은 글로벌 캐릭터와 협업을 진행했다. 짱구, 펭수, 싹쓰리 등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캐릭터 또는 그룹과도 발 빠르게 협업상품을 내놨다.반응은 폭발적이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파오의 협업 제품 매출은 1500억원, 판매량은 800만장에 달한다. 협업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스파오는 지난해 32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국내 SPA 중 1위 규모다.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MLB’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F&F은 1등 상품을 키우는 틈새 전략을 썼다. 분야는 신발이었다. 지난해 버킷 시리즈 신발을 처음 출시한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은 이 신발만 25만켤레 이상 팔면서 3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뒀다.
MLB도 투박한 굽이 특징인 어글리슈즈를 잇달아 선보이며 신발 상품군 강화에 나섰다. MLB는 지난해 ‘빅볼청키’를 히트시킨 데 이어 지난 27일엔 발목까지 올라오는 ‘청키하이’를 신제품으로 내놨다. 운동화를 신고도 키높이 효과를 보고 싶어하는 1020을 겨냥해 6㎝ 속굽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국내 패션산업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오프라인보다 LF몰을 강화하고, 부동산(코람코자산신탁)과 식품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선 LF가 선전했다"며 "패션산업 불황이 이어지겠지만 그럴수록 온라인 사업 전략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