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판매량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하청 부품업체들에 추가적인 가격 인하까지 요청하고 나섰다. 일본에서는 최근 자동차 부품회사와 외식업계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기업이 대폭 늘어나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산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가 엔진과 구동장치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부품 가격을 인하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27일 보도했다. 부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는 특수강 가격이 올 들어 t당 7000엔(약 8만원) 정도 떨어졌다는 이유에서다. 도요타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하청업체들과 부품 가격을 조정한다. 정기 조정 기간 이외에 추가로 가격 인하를 요청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 업황이 위축된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자 도요타가 비용 절감을 위해 하청업체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요타는 올해 자동차 판매량이 890만 대로, 지난해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조4428억엔(약 27조6820억원)이었던 연결 영업이익은 80% 급감할 전망이다.
지난 5월 12일 2019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 실적 발표 당시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판매량 감소 폭이 크지만 어떻게든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가 가격 인하를 압박함에 따라 4만 곳(2차 하청업체 포함)에 달하는 도요타 하청업체는 수익성 악화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일본 제조업을 지탱하는 도요타자동차마저 코로나19 영향을 받는 가운데 일본 기업이 앞다퉈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시장정보업체인 도쿄상공리서치(TSR)에 따르면 올 상반기 희망퇴직을 실시한 상장기업은 41개사로, 지난해 전체 규모(36개사)를 이미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2010년 상반기 66개 기업이 희망퇴직을 실시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확인된 희망퇴직 규모만 7000명을 넘는다. 일본 기업이 중간 결산을 발표하는 가을 이후 희망퇴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도쿄상공리서치는 올해 전체 희망퇴직 실시 기업 숫자가 2010년 85개사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희망퇴직을 하는 기업은 자동차 부품, 외식, 소매판매, 의류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업종에 집중됐다. 도요타자동차의 하청업체인 미쓰바는 니가타현 공장 폐쇄 영향으로 지난 15일 500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주로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던 인력 구조조정이 정규직 직원으로 확산하는 추세를 우려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지난 5월 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정규직 근로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만 명 줄어든 3534만 명으로 8개월 연속 감소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61만 명 줄어든 2045만 명으로 3개월 연속 감소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직장을 잃은 근로자는 3만6750명이다.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지만 하반기 들어 희망퇴직자가 추가되면 정규직 실직자 수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은 “정부의 휴직수당 지원에도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기업들이 더 이상 근로자를 모두 끌어안고 가지 못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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