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검찰의 변호사 사무실(로펌) 및 기업 법무팀 압수수색은 기업 관계자들이 꼽는 ‘과도한 수사’의 대표적 유형이다.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 비밀유지권(ACP)을 무력화하는 검찰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평가다. 변호사들은 “고해성사하는 자리에 CCTV를 달아놓은 꼴”이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주요 대형 로펌을 처음 압수수색한 사례는 2016년 법무법인 율촌이었다. 당시 롯데그룹의 탈세 의혹 수사와 관련해서다. 이후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두 차례 털렸다. 2018년 ‘일제 강제징용 사건’으로, 지난해 ‘가습기 살균 피해자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당했다.
각 기업의 법무팀도 압수수색의 단골 표적이다. 법무팀에는 각종 소송 준비 자료, 외부 로펌과의 커뮤니케이션 내역 등이 가득해 로펌을 압수수색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변호사는 “피의자의 방어 자료가 노출돼 방어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검찰의) 별건수사 단서로 이용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표면적으로는 법무팀 규모를 축소하거나 민감한 자료들을 회사가 아니라 외부 로펌 등에 따로 맡겨 관리하게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선진국에선 ACP를 엄격히 보장하고 있다. 미국에선 변호사뿐 아니라 의뢰인이 로펌 직원과 교환한 정보도 ACP 범주에 포함된다. 로펌 압수수색은 변호사가 직접 범죄행위에 가담했을 경우에 한정해서만 한다.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해서 수사기관이 모든 것을 가져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수사기관이 압수한 자료를 뜯어보기 전에 변호사 측이 먼저 문서를 열람하고 비밀 자료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로펌 압수수색 시 압수한 문서는 일단 봉인해야 하고, ACP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허가가 있고 난 뒤에야 수사기관이 열람할 수 있다.
캐나다에서는 ACP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한다. 독일에선 변호사가 업무상 작성한 문건은 압수 대상에서 제외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선진국처럼 국내에서도 수사 단계에서 ‘당사자 대등주의’가 제대로 지켜져야 더 공정한 수사·재판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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