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27일 열린다. 미래통합당이 ‘자료 제출 미흡’을 이유로 청문회 연기를 요구했으나,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기로 하면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통합당 소속 국회 정보위원들은 지난 25일 박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를 이유로 청문회 연기를 국회에 공식 요청했다. 통합당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후보자 때문에 인사청문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정보위 통합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26일에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청문회와 관련해 10명의 증인을 신청했지만 민주당이 거부했고, 그나마 합의한 증인 한 명도 출석을 거부했다”며 “증인이 한 명도 없는 독재시대 청문회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청문회에 유일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건강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모씨(78)는 과거 박 후보자에게 5000만원을 빌려주고 5년 동안 돌려받지 않은 고액 후원자다. 통합당은 김대중 정부의 대북 송금 사건과 박 후보자의 학력 위조 의혹을 추궁하기 위해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김수복 단국대 총장, 최도성 광주교대 총장 등의 출석을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정보위원인 조태용 통합당 의원은 “박 후보자 삶의 궤적을 조사할수록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모르게 됐다”며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부분도 많은데, 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통합당은 청문회 자료 제출 기한(25일 오전 10시)을 박 후보자 측이 지키지 않은 데다 유일한 증인마저 불출석하겠다고 하자 여권이 청문회를 무력화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연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자는 이날 정보위에 제출한 질의 답변서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해 “형법만으로는 북한의 대남 공작 대응에 한계가 있어 국보법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와 관련해선 “일방적인 연락사무소 폭파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