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사진)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1조원 가까운 돈을 추가로 투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춤하던 버핏의 투자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CNBC방송 등에 따르면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는 지난 20~22일 사흘간 자산 기준 미국 2위 은행인 BoA 주식 3390만 주를 사들였다. 매입가는 총 8억1330만달러(약 9800억원)에 이른다. 추가 투자로 벅셔해서웨이는 BoA 지분율을 11%로 확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매력적인 투자처가 없다”며 신중한 자세를 유지해 오던 버핏이 다시 투자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버핏은 일부 기업의 가치가 충분히 낮아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에도 버핏은 유틸리티 회사 도미니언으로부터 천연가스 부문을 97억달러에 인수했다.
CNBC는 “버핏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BoA 보유 지분을 늘린 것은 미국 경제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벅셔해서웨이는 올 상반기 보유하고 있던 은행주와 항공주 등을 대거 매각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 주식을 대부분 처분했고, US뱅코프 등 다른 은행주 지분도 줄여왔다. 또 지난 4월 델타항공 등 항공사 주식도 한꺼번에 매각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은행 손실이 늘어나고, 항공 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서였다.
하지만 BoA 투자는 확대했다. 버핏은 2011년부터 BoA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집해왔다. 2017년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당시 24달러에 거래되던 BoA 주식을 7달러 정도 가격에 7억 주 매수해 대박을 터뜨렸다. BoA는 벅셔해서웨이 투자 포트폴리오 중 애플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벅셔해서웨이는 최근 애플 주가가 급상승하면서 상반기 항공주 매각 등으로 본 손실을 대부분 만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애플 주식 가치는 3월 바닥을 친 이후 이달 중순까지 400억달러가량 늘었다.
벅셔해서웨이는 자사주 매입도 확대하고 있다. 회사 주가의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악화 등으로 벅셔해서웨이 주가는 올 들어 15%가량 하락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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